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기념 파티 등 사교와 스타일의 리더 런던 사보이 호텔


Joan Kim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장한, 런던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유명한 호텔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사보이 호텔을 둘러보았을 때 처음에는 그 이름에 압도되었지만, 냉정하게 다른 호텔들과 비교해 보면, 호텔의 규모나 시설 면에서 최근에 지어진 다른 럭셔리 그랜드 호텔들에 비해 오히려 규모도 작고 공간활용도 효율적이지 못하고, 인테리어 면에서도 참신한 면모나 특별한 개성은 찾기 힘들지 않나 생각되었다. 하지만 호텔 스태프의 안내를 듣고 이 후에 시간을 두고 관련 자료들을 접하면서, 사보이 호텔의 진가는 그러한 외형적인 매력보다는 그 공간이 가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역사적 가치와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보이 호텔의 단골이었던 끌로드 모네, 오스카 와일드, 윈스턴 처칠
당시 사보이 호텔에는 유명인사들이 드나들었다. 그 중에 끌로드 모네(Claude Monet)는 사보이 호텔 객실의 창가를 통해 본 전망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는데, 이를 기념하듯 사보이에는 모네의 그림이 장식된 '모네의 방'이 있다. 또한 사보이 호텔의 창업자인 리차드 도일리 카르테(Richard D’Oyly Carte)와 문학적인 교류가 있었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와 그의 동성 파트너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Lord Alfred Douglas)의 밀애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에 토마스 콜커트(Thomas Collcutt)가 디자인한 아메리칸 바(American Bar)와 사보이 그릴(Savoy Grill)이 호텔의 확장된 새 블록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1890년대부터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었던 Savoy Grill의 식탁배치는 이번 개조공사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스카 와일드나 윈스턴 처칠 등이 즐겨 앉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1907년 화려했던 사보이 호텔의 New Year’s Eve Dinner(좌측)와, 1910년 New Year’s Eve 파티에 사보이 측에서 손님들에게 마련한 증정품인 부채(우측) © 위키피디아와 Joan Kim
 
호텔의 역사를 말해주는 사보이 박물관 공간 © 김정아


끌로드 모네의 방 © 사보이 호텔 웹사이트

사보이 밴드와 아르데코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한 사보이 호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사보이 호텔은 사교와 스타일을 이끄는 장소였다. 사보이 바에서 연주한 사보이 밴드(The Savoy Orpheans와 The Savoy Havana Band)는 곧 유명해졌다.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은 그의 작품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1925)의 초연을 사보이에서 했고,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는 종종 바에서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했다고 한다. 노엘 코워드(Noël Coward),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웰즈(H. G. Wells),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등은 사보이의 유명 고객들이었다. 이처럼 사보이 바에서는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했고 그 댄스플로어에서는 당시의 카바레(cabaret)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재즈 시대(the Jazz Age)가 꽃피기 시작했다. American Bar에서는 유럽 최초로 미국의 칵테일이 팔리기 시작했고 유명한 “사보이 칵테일(Savoy Cocktail)”(1930) 책이 발간되기도 하였다. 1920년대 말 사보이는 유럽에서 시작되던 Art Deco Style을 영국에 발빠르게 들여와 영국 아르데코 스타일의 아이콘이 되었다.

유명했던 Savoy Bar가 리노베이션 된 모습(왼쪽)과 “Savoy Cocktail Book”의 원본(우측) © Joan Kim

사보이 호텔을 사랑한 세계의 스타들 – 비비언 리, 로렌스 올리비에 부부, 코코 샤넬, 마릴린 몬로, 비틀즈 등
그 외에 여러 스타들이 사보이를 이용했는데,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였던 비비언 리(Vivien Leigh)와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경 부부는 Savoy Grill에서 서로 처음 소개받았고, 헐리우드로부터는 캐더린 햅번(Katharine Hepburn), 파리로부터 코코 샤넬(Coco Chanel) 등이 이곳을 찾았다.비비언 리와 로렌스 올리비에는 노엘 코워드와 버나드 쇼 원작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고, 캐더린 햅번은 이들 부부의 결혼식 증인이 되기도 했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처칠의 지휘에 따라 2차 대전 때 미국 정부 내 영국 첩보원이 되기도 했다. 아마도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사보이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이처럼 여러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후에도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사보이에 자주 들렀고, 1960년대에는 루이 암스트롱(Louise Armstrong),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제인 폰다(Jane Fonda), 비틀즈(The Beatles), 밥 딜런(Bob Dylan) 등 전세계의 수많은 스타들이 사보이를 찾았다.


나중에는 각자의 길을 갔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 부부였던 비비언 리와 로렌스 올리비에가 함께 한 영화 “Fire over England”의 한 장면(좌측), 마릴린 먼로(중간), 코코 샤넬(우측) © 위키피디아, 사보이 호텔 웹사이트

 
사보이 호텔과 로열 패밀리와의 인연 – 사보이 호텔 재개장 행사에 참석한 찰스 황태자
또한 사보이 호텔은 에드워드 7세(Edward VII) 때부터 로열 패밀리와 줄곧 인연을 맺어왔는데, 엘리자베스 여왕과 부군인 필립 공(당시 Lt Philip Mountbatten)은 사보이에서 처음 대중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보였고, 1953년 여왕이 즉위했을 때에는 성대한 즉위기념 파티(Coronation Ball)가 열리기도 했다. 가깝게는 이번 재개장 행사에 찰스 황태자가 직접 방문해 축하하였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의 모습(좌측), 다이애너 비와 찰스 황태자 (1984년), 재개장 행사를 위해 사보이 호텔에 온 찰스 황태자의 모습(우측) ©사보이호텔 웹사이트, Zimbio Magazine)



사보이 호텔을 애용한 윈스턴 처칠의 ‘디 아더 클럽’
사보이 호텔은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및 정계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사보이는 미국의 군관계자들이 오던 런던의 주요 장소였고, 처칠은 동맹국 정상들이나 내각 구성원들과 사보이에서 식사 모임을 자주 했다. 이보다 앞서 처칠은 1911년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치적 동료들 및 비정계 주요 인사들과 비공식적인 논의를 했던 “디 아더 클럽(The Other Club)”을 만들었다. 위트있는 작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존에 있던 정치인들의 식사모임인 “더 클럽(The Club)”에 초청받지 못했던 처칠과 그의 친구 스미스(F. E. Smith) 의원이 이에 대응하여 만들었는데, 이 클럽은 1970년까지 이어져 역대 수상들이 대부분 참여했고, “타임머신(The Time Machine)”과 같은 과학소설의 선구자였던 웰즈(H. G. Wells)나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Aristotle Onasis)와 같은 비정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그 모임에서 오갔던 논의, 심지어 정확한 회원명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하는데, 이 클럽은 사보이의 자랑거리로서, Guilbert & Sullivan의 사보이 오페라 중 하나인 “피나포어(Pinafore)” 라는 이름을 딴 연회장으로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처칠이 만들었던 “The Other Club” dining room의 내부와 벽에 걸려있는 역대 수상들의 모습,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마가렛 대처 수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양각으로 새겨진 금벽장식이 인상적이다. © Jo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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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런던의 최고급 호텔 사보이 호텔(Savoy Hotel) 3년만에 재개장: 역사와 에피소드 I
02. 런던 사보이 호텔(Savoy Hotel): 3년만에 재개장한 사보이 호텔의 역사와 에피소드 II
03. 런던 사보이 호텔 재개장 III : 화려하고 세련된 에드워디안 스타일


저자 소개

영국문화원 블로그 시작 이전부터 미니홈피를 통해서TrendUK의 시작을 함께한 Joan Kim은 영국 문화에 관한 전공을 살려 전문적이면서 깊이 있는 글들을 써왔습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사회문화인류학을 공부(MPhil)하였고,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강의하면서 인테리어와 스타일링 회사에서 일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 초에는 런던Sotheby's Institute of Art의 contemporary design 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현재 남편, 두 딸과 함께 런던 근교에 살고 있는 Joan은 인류학이라는 전공과 관련해 영국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세계적인 문화중심지인 런던에 살고 있다는 장점을 살려 영국의 디자인, 인테리어, 대중문화에 대해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글들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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