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영국 축구의 맛
‘차고 달린다(kick and rush)’는 말은 오랫동안 영국 축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특히 지난 10년 사이, 외국 감독과 선수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방식과 다른 스타일로 무장한 팀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차고 달린다’라는 말은 종종 투박하고 전술적으로 세련되지 못하다는 얘기로 간주되지만, 그 본질과 정수는 영국 축구에 여전히 살아있으며 뿌리깊게 박혀있습니다.
불필요한 백 패스나 공 돌리기는 종종 관중들의 야유를 받습니다. 선수들은 공을 일단 잡게 되면 앞으로 전진해야 하며, 최고의 집중력과 단호함을 갖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공을 차지하기 위해 다퉈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개시되고 격렬해지면서, 열기도 정점을 향해 치닫습니다. 진정한 영국 축구는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엄청난 긴장감을 발생시킵니다. – 이는 축구의 본고장에서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 감탄할만큼 멋진 아스날 FC의 새 경기장 더 에미레이트(The Emirates, 팀 스폰서의 이름을 땄음)가 노스 런던(North London)의 스카이라인에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서포터즈의 분위기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주된 이유가 팀의 형편없는 성적, 특히 시즌 개막전에서의 홈경기 무승부는 아니었습니다. 시즌 티켓을 구매한 한 팬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새 경기장은 멋있고 경관도 훌륭하지만, 뭔가 빠졌어요…개인적으로 예전 하이버리(Highbury) 경기장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은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건설비로 3억 9천만 파운드 (약 7,300억원)가 소요되었습니다. 스프링이 장착된 쿠션좌석이 설치되어 있고 입석은 없는 이 경기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그 규모가 엄청나서 깜짝 놀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경기장은 더 이상 감명을 주지는 않습니다.
축구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계층의 많은 서포터즈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 중에는 홈경기, 원정경기 가릴 것 없이 지난 20년 동안 풀햄 경기라면 한번도 빼놓지 않은 팬에서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포함해 다른 팀 경기까지 1년에 100 경기씩을 관전하기 위해 전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번은 셀틱 F.C.의 광적인 팬이었던 국무장관 옆에서 경기를 본 적도 있지요.
이런 팬들은 내가 전세계의 많은 경기장을 가본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거의 대부분 "가본 경기장 중에 최고는 어디요?" 라고 묻곤 한답니다.
물론 판단 기준은 다양하겠지요. 경기가 잘 보이게 설계되었는가? 모습이 아름다운가? 쉽게 찾아갈 수 있는가? 분위기는 좋으며 맛있는 맥주는 있는가? 등등…고려해야 할 많은 변수들과 결정 방법이 있지만, 영국인들이 항상 알고 싶어하는 결정적인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긴장된 분위기입니다. 영국팬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뭐라고 할까 피를 볼 것만 같은 거친 분위기라든가, 선수들의 필사적 노력과 단호함 또는 관중의 야유 같은 것일 것입니다. 혹은 더비 경기에서 느끼는 팬의 흥분상태라든지 공포일 수도 있고, 팀이 질 경우 즉각적으로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감독의 얼굴에 나타난 불안감일 수도 있습니다. 관중과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때 생겨나서 서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코키 하라다(Koki Harada)
이 기사를 올리도록 허락해 준 주일영국문화원에 감사를 드립니다.
* 아스날 FC의 홈구장에 대한 보다 자세한 소개는 '아스날 FC 이야기'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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