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린이 TV 프로그램 1: 텔레토비 그 이후
Joan Kim
영국에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쉽고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린이들이 텔레비전을 장시간 넋 놓고 쳐다보는 것은 학습효과도 적고 해롭기까지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공들여 제작된 프로그램을 시간을 정해 시청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그 중 영국의 대표적인 공중파 방송인 BBC와 ITV는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의 양대산맥으로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특히 공영방송인 BBC는 어린이 방송 분야에 오랜 역사와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CBeebies와 CBBC의 2개의 어린이 채널을 방영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BBC 홈페이지는 교육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http://www.bbc.co.uk/children). 현재 방영되는 각 프로그램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정보는 물론 그리기, 만들기와 게임, 노래부르기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별도로 교육 콘텐츠는 학교교육 전반을 지원하는데 primary school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5-11세를 말하는데, 영국은 학년 진급이 9월에 시작되고 만으로 나이를 세기 때문에 한국의 학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과 secondary school (우리나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에 해당하는 11-16세)의 각 과목은 물론, 고등교육을 위한 자격증에 해당하는 GCSE의 과목의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http://www.bbc.co.uk/schools). 학생과 교사 그리고 부모들 입장에서 각각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BBC의 교육 콘텐츠는 내용이 상당히 충실하고 여러 분야와 입체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Year 3(한국의 3학년이라 할 수 있는데)인 나의 딸의 경우도 학교 숙제를 위해서 이 사이트를 이용하곤 한다(영국의 학제와 학교교육에 관한 정보는 영국정부 홈페이지를 참고: http://www.direct.gov.uk/en/EducationAndLearning).
(출처: www.bbc.co.uk/children 와 www.citv.co.uk)
BBC의 두 개의 어린이 채널 중 CBeebies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CBBC는 그보다 연령대가 높은 어린이 채널이다. CBeebies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창의적인 영유아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영해오고 있는데 (http://www.bbc.co.uk/cbeebies), 그 중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eletubbies(텔레토비)”는 현재에도 방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이와 비슷한 버전으로 “In the Night Garden(인 더 나잇 가든)”과 컴퓨터 그래픽을 위주로 한 “Waybuloo(웨이불루)”가 대표적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텔레토비가 성별이 불분명하고, 동물인지 사람인지 외계인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었는데, 이들 프로그램의 캐릭터들은 이러한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은 언어가 아닌 소리로 말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뭐라 규정하기 힘든 캐릭터들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 뿐더러 집중해서 오래 쳐다보기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상의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의 행동과 이야기에 빠져든다.
In the Night Garden은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것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저녁 6시경에 방영된다. 그 후에는 자기 전 어른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서인 Story Time(스토리 타임)이 이어지고 당일 방송시간이 끝난다. 실제로 영국의 아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저녁 7-8시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데, 어른들은 이후 저녁식사를 하고 어른들끼리의 시간을 갖는다. 영국에 와서 크게 다른 점이라 여겼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이 심하게 일찍 초저녁에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다. 심지어 여름에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해가 지지 않고 환해 좀 너무하다 싶기도 했다.
In the Night Garden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은 전세계 어떤 곳에서도 사용되지 않거나, 아니면 그 모든 이름들의 공통부분을 종합한 것 같은 이름들로, Tombliboos(톰블리부즈), Igglepiggle(이글 피글), Makka Pakka(마카 파카), Upsy Daisy(웁시 데이지), Ninky Nonk(닝키 농크) 등이다. 이 이름들은 아이들의 옹알이 같기도 하고, 운율이 있는 의성어 같기도 해서 어른들이 작정하고 외워도 외워지지 않지만 아이들은 잘도 기억한다. 이처럼 캐릭터들은 특정 언어를 구사하거나 말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데, 아이들에게 어떤 국적이나 인종의 차이와 같은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 눈에는 어색하고 난해하게 느껴진다. 또한 언어습득에 결정적인 나이인 영유아들에게 broken English(불완전한 영어)를 가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In the Night Garden은 Teletubbies와 같은 연출자인 Anne Wood(앤 우드)와 Andy Davenport(앤디 다벤포트)에 의해 탄생하였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0-4세까지의 아이들에게 긴장을 풀고 상상력을 동원한 공간 여행을 하도록 하고, 서로 크기와 생김새가 다른 캐릭터들 간에 감성적이고 즐거운 소통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선호를 따지고 비판을 하기에 앞서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와 전례가 없는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Waybuloo의 3D CGI(3 dimensional computer-generated imagery) 캐릭터들은 실제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 놀고 날아다니며, 요가와 비슷한 포즈들인 Yogo(요고)라는 자세를 연습한다. 이 역시도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데에 제작의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왜 고대 유적지 같은 곳에서 요가를 해야 하는지 의아스러운데, 태고의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동양적인 신비함을 주고 싶은지 모호하고 혼합된 느낌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불교와 힌두교에 영향을 받은 명상과 요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종교적 편향성으로 인해 기독교계 등에 의해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Waybuloo의 캐릭터들은 De Li(데 리), Lau Lau(라우 라우), Nok Tok(녹 톡), Yojojo(요조조)로 각각 다른 감성을 상징하는데,일단 아이들은 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금방 동화된다.
그 외에도 CBeebies의 프로그램들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Anne Gutman(앤 구트만)의 베스트 셀러 동화인 “Penelope(페네로피)”나 “Wallace & Gromit(월레스와 그로밋)” "Chicken Run"등으로 유명한 Aardman Studios(아드만 스튜디오)의 “Timmy Time(티미 타임)”은 각각 푸른색의 순수한 코알라와 익살맞고 호기심 많은 양을 의인화 하여 교육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Bob the Builder(봅 더 빌더)”의 건축자인 Bob(봅)은 의인화된 각종 건설용 자동차들과 여러 갈등 상황을 해결하면서 무엇인가가 건축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Thomas the Tank Engine(토마스, 탱크 엔진)”의 토마스 기차를 대체한 신종 컴퓨터 애니매이션 “Chuggington(처깅톤)”은 Chuggington이라는 가상의 마을에 있는 여러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차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유명한 동화작가인 Lauren Child(로렌 차일드)의 7살, 4살 남매의 이야기인 “Charlie and Lola(찰리 앤 롤라)”와, 동물원 근처에 사는 Lucy(루시)와 동물들 간의 교감을 보여주는 “64 Zoo Lane(쥬 레인 64번지)”은 이야기와 그림이 따뜻하고 예쁘다.
(출처: www.bbc.co.uk/cbeebies)
(출처: www.bbc.co.uk/cbeebies)
(출처: www.bbc.co.uk/cbeebies)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BBC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각각의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이들 간의 연결을 맡으면서 각각의 교육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Presenter(진행자)들이다. 이들은 자주 바뀌지 않고 장수하며 성, 연령, 인종, 지역 등의 차이를 고려해 안배되는데, 최근에는 한쪽 팔이 절단된 여성 진행자인 Carrie(캐리)를 기용하여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를 테면 “Show Me Show Me(쇼우 미 쇼우 미)”는 중국계 여성 Pui(푸이)와 백인 남성 Chris(크리스)가 진행하는데 이들은 수년간 진행자로 있다. 또한 지역안배 차원인지 모르겠으나 스코틀랜드의 Isle of Mull(아일 오브 뮬)의 Tobermory(토버모리)를 모델로 한 가상의 섬인 “Balamory(발라모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통해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교육하기도 하고, 장애아들을 위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 “Something Special(섬씽 스페셜)”에서 일종의 수화인 Makaton(마카톤)을 겸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자인 Justin(저스틴)이 광대인 Mr Tumble(미스터 텀블)로 1인 2역을 담당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은 이러한 진행자들을 통해 스코틀랜드 액센트가 섞인 언어를 접하기도 하고, 수화가 장애아뿐 아니라 영유아 교육에도 유용하다는 철학 하에 이를 배우게 된다.
(출처: www.bbc.co.uk/cbeebies, 저자)
(출처: www.bbc.co.uk/cbeebies, 저자)
이러한 다양한 배경의 진행자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린 나이부터 편견 없이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 한쪽 팔이 없는 Carrie가 세계 최초로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등장했을 때 영국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거부감은 갖지 않는 것 같다. 캐리도 자신의 팔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5살 짜리 나의 둘째 딸도 캐리를 보면서 신기해 하거나 놀리기는커녕 그냥 캐리의 팔모양이 자신과 다르다고만 인식할 뿐이었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교육해야 할 지는 잘 모른다. 교육전문가들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교육방법을 실천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영국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부모들처럼 극성스럽다기보다는 소박하게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공영 TV 프로그램이나 박물관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에 속한 교육은 그 질이 우수하고 다양하다. 또한 프로그램의 목표나 내용이 특별히 많은 지식을 제공하거나 학습이 위주가 되기 보다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예의를 지키도록 하는 등의 소위 소양교육에 좀더 초점을 둔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진행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이와 함께 시각적, 미적인 감각과 음악적 감성이 어린 나이부터 키워지도록 프로그램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어린이 TV 프로그램들이 교육효과 면에서도 높이 평가 받고, 세계적으로도 교육 컨텐츠 시장을 선점하고 석권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다음 편도 영국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연재될 예정입니다.
필자 소개
TrendUK의 메인 필자는 현재 남편의 영국 유학으로 두 딸과 함께 런던 근교에 살고 있는 Joan Kim입니다. Joan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사회문화인류학을 공부하였고(MPhil), 그 후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강의하였고, 인테리어와 스타일링 회사에서도 일하기도 했습니다. 인류학이라는 전공과 관련해 영국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세계적인 문화중심지인 런던에 살고 있다는 장점을 살려 디자인, 인테리어, 대중문화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글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런던에 있는 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contemporary design 석사를 취득하였습니다. Joan의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유용한 정보로 가득 찬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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