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 맛, 우아한 분위기를 모두 갖춘 옥스포드의 레스토랑들
Joan Kim
이번에는 옥스포드의 명물 레스토랑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물론 최근에는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겠지만, 오랫동안 옥스포드를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맛과 분위기, 역사 면에서 학생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명소를 안내하도록 하겠다.
1. The Trout Inn
http://www.thetroutoxford.co.uk195 Godstow Road, Wolvercote, Oxford, OX2 8PN
Tel: +44 (0)1865 510930
그 첫번째는 옥스포드 외곽에 있는 Trout Inn(트라우트 인)이다. 이 곳은 옥스포드 시내에서 거대한 목초지인 Port Meadow(포트 매도우)를 지나 북서쪽의 Lower Wolvercote(울버코트)에 위치하여 the River Thames(템즈) 강변을 옆에 둔 Pub(펍)이다. 이 펍의 건물은 1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8세기부터 개보수가 이루어져 최근에도 건물 내부를 단장하였다고 한다. 그 오랜 역사만큼 옥스포드에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 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중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를 썼던 Lewis Carroll(루이스 캐롤)로부터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 등 기독교적 영감을 담은 저작으로 유명한 C.S.Lewis(씨 에스 루이스) 등 옥스포드를 거쳐간 유명한 교수들과 학생들이 이 곳에서 여름날의 템즈강을 즐겼다.
나 역시도 학생시절에 특별한 모임이 있거나 손님들이 왔을 때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자주 오지 못했던 것은 물론 주머니 사정도 있고 시간여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로 자동차가 있던 선배들과 함께 왔었던 것 같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영국에 다시 살게 된 후에도 옥스포드에 오면 항상 들르게 되는데, 현재의 세련된 모습도 좋지만 학생이었던 그 때의 다소 거칠고 투박했던 인테리어와 음식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은 이 곳에 오면 건물 안에 자리가 많아도 밖의 테라스에 앉아서 시끄러운 물소리를 뚫고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곳 주변에 흐르는 템즈강 지류에 숭어가 많아서인지 숭어요리가 유명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레스토랑 이름이 직접적으로 그렇고 숭어(Trout: 트라우트)가 간판에도 그려져 있다. 사실 이곳의 물살은 급류가 흘러가는 것처럼 세서 물소리가 참 시원하다. 지금은 음료수와 술을 주로 마시는 펍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의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때는 그냥 맛있으면서 운치있는 펍이었던 것 같다. 그 생동감 있으면서 차분했던 분위기는 아마도 이 곳의 자연적인 입지에 옥스포드 학생들이 젊고 지적인 분위기를 은연중에 흩뿌리고 있어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 친구, 가족, 친척과 이곳에 와서는 참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가 친구들과 앉아있던 자리에 나의 아이들이 대신해서 앉아있기에 나의 입장이 이렇게 다르구나, 그 때의 무엇인가를 쫓으며 결핍되고 어수룩했던 나의 모습은 이제는 좀 안정되고 더 이상은 미래를 향해 불안하거나 설레지 않는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라고 말이다. 같은 공간에 10여 년 남짓 건너뛰어 와보니 그런 시간의 공존을 느끼게 된다. 그러기에 이 곳은 옥스포드를 거쳐간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2. Old Parsonage Hotel
http://www.oldparsonage-hotel.co.uk/1 Banbury Road, Oxford, OX2 6NN
Tel: +44 (0)1865 310210 (Hotel)
+44 (0)1865 292305 (Restaurant/Bar)
두번째로 소개할 곳은 The Old Parsonage(올드 파스네지)이다. 이 곳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1660년에 세워졌다고 알려진 Cottage(코티지) 풍의 작은 호텔 겸 레스토랑이다. 옥스포드 시내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큰 두 갈래의 길 중 하나인 Bandbury Road(밴버리 로드) 초입 Keble College(키블 컬리지)와 Somerville Collage(섬머빌 컬리지) 사이에 위치하는데, 워낙 그 규모가 아기자기하고 입구가 소박하여 옥스포드에 처음 온 사람들은 지나쳐 버리기 십상인 그런 숨겨진 명소 중 하나이다. 이 곳은 옥스포드에서 보호되고 있는 보물급 건물이어서 인지 그 역사만큼이나 럭셔리하여, 앤티크로 장식된 30개의 호텔방과, 가족적이지만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있다.
The Old Parsonage의 입구의 돌벽과 오크나무의 대문과 테라스, 실내의 벽난로와 레스토랑의 모습, 고풍스런 인테리어의 객실 (출처: http://www.oldparsonage-hotel.co.uk)
나도 학생 때에는 이곳에 들러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모든 과정이 끝나고 졸업식이 가까워 올 즈음, 같은 학과에 ‘나이 좀 있는’ 영국친구 몇 명과 이곳에 한번은 와봐야 한다는 의무감 반, 호기심 반으로 한번 들러 Afternoon tea(애프터눈 티: 오후에 마시는 차와 다과)를 먹으면서 그 전형적인 영국의 ‘소박한 럭셔리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벽난로와 돌담으로 감싸인 작은 방에 앤티크 소파와 테이블을 배경 삼아 친구들과 오후의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렇게 아련하게 남아있던 Old Parsonage의 기억 때문인지 지난 해 겨울 다시 이곳에 가족과 함께 찾아가 드디어 저녁식사를 했다. 이 곳 레스토랑의 실내도 아름답지만 테라스도 인기가 높은데, 그 날은 날씨가 추워서 실내에 자리를 잡고 벽난로를 바라보며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만찬을 하였다. 오래되고 고급스런 호텔이라지만 이런 곳의 문턱은 별로 높지 않은데, 자리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잠시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면서 책이나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직원들도 여러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간간이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격의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저녁을 먹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교수님들의 소규모 회합이 있는 것도 같고, 자녀을 만나러 온 점잖아 보이는 부모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짐작되기도 하였다. 또한 여기는 금요일 밤에는 재즈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음식도 정갈하고 맛있었지만 이렇게 오래되고 협소한 공간이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하며 고풍스런 분위기를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출처: www.oldparsonage-hotel.co.uk)
또 한가지 숨겨진 사실은 옥스포드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맛을 보장하는 음식점과 카페가 이 Old Parsonage와 같은 자매 레스토랑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High Street(하이 스트리트)에 있는 부띠끄 호텔인 The Old Bank Hotel(올드 뱅크 호텔)의 레스토랑이자 카페인 Quad Brasserie & Bar(쿼드 브라세리 엔드 바)와 Banbury Road(밴버리 로드) 중간쯤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Conservatory(컨서바토리: 온실)이었던 Gee’s Restaurant(지즈 레스토랑)으로 Jeremy Mogford(제레미 모그포드)가 모두 운영하고 있다.
특히 Old Bank Hotel에는 영국의 현대 작가들인 Paddy Summerfield(패디 서머필드), Stanley Spencer(스탠리 스펜서), Sandra Blow(산드라 블로우) 등과, Gee’s에는 Gary Hume(게리 흄)의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어 마치 미술관에서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그 외에 Quad Brasserie는 말 그대로 호텔의 야외 뜰(쿼드)에서 아침부터 점심, Afternoon tea(오후 다과)와 저녁식사까지 할 수 있고, 일요일에는 가족끼리 바비큐 고기 등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학교 다닐 때에는 복잡한 옥스포드의 High Street(하이 스트리트)에 이렇게 숨겨진 한가한 테라스 뜰에서 영국, 이탈리아, 지중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Gee’s 역시 인류학과 건물 바로 옆이어서 그 앞을 수없이 지나다니면서 유리 너머로 여유롭게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았지만 결국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언젠가 한 번 가보리라 하다가 그렇게 기회는 지나갔다.
3. Macdonald Randolf Hotel
http://www.macdonaldhotels.co.uk/randolph/Beaumont Street, Oxford, OX1 2LN
Tel: +44 (0)844 879 9132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중심가에 위용있게 자리잡고 옥스포드를 대표하는 큰 규모의 럭셔리 호텔인 Randolf Hotel(랜돌프 호텔)이다. 이 호텔은 옥스포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얼마 안된 1864년에 문을 열었는데, 주변에 Ashmolean Museum(애쉬몰리안 박물관)과 The Play House(연극 극장)가 있다. 이 곳은 전형적인 영국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빅토리안 시대의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특히 Drawing Room(드로잉 룸: 응접실)에서의 Afternoon Tea(오후 다과)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텔 특제 Champagne tea(샴페인 티)와 3층 케이크 트레이에 제공되는 영국식 스콘과 거기에 곁들이는 크림은 영국의 제국주의 시대의 ‘차 한잔의 여유’가 그야말로 무엇인지 잠시나마 느끼게 해준다. 이런 여유는 사실 옥스포드를 잠시 들러 관광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한번 시도해 볼만한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이 외에도 옥스포드에는 크고 작은 맛집들이 있다. 이러한 명멸하는 음식점들을 다 소개하기보다는 오랜 역사와 맛, 분위기를 고루 갖춘 명소들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았다. 부디 옥스포드를 거쳐 간 분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는 옥스포드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문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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