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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영국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지루한 유럽의 여행지다. 누군가는 이런 표현에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런던과 영국을 보았다. 그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아예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들려준 영국에 대한 이야기도 넘쳐난다. 이제는 런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식상 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런던에서 겨우 한 달 남짓 살아본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거나 무의미한 짓 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글을 통해 런던의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이 ‘영국문화원’이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라면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내가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는 없다. 나는 그런 타입의 여행자가 아니다.
다만 나는 런던과 영국을 완전히 다른 식으로 말하고 싶었다. 한 달간 런던에서 방을 얻어 지내면서 보고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들, 집을 나서는 것에 게을렀지만 막상 방문했을 땐 열광적인 눈빛으로 탐험했던 겔러리와 디자인페스티벌에 대해서, 이 곳에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핫 스팟을 전부 찍고 온 여행자도 아닌 채로 주변인처럼 머물렀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런던과 영국은 그런 개인이 보고 자극을 받고 느끼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정쩡한 ‘머묾의 형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말하려고 한다.
4달간 떠났던 유럽여행 중에 런던에서 한 달간 방을 얻어 지내면서 주로 영화제, 겔러리, 디자인 페스티벌을 둘러보았다. 아마 그것들에 대한 감흥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 같다. Lake District, Edinburgh와 Scotland를 짧게 둘러보면서 느꼈던 감흥들도 전하려고 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당신의 탐험심을 자극했거나, 로망을 발견했거나, 공통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말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댓글 하나에 오후 나절 동안 우쭐해지는, 어쩔 수 없이 그런 타입의 인간이다.)
그렇다. 말이 길어진다는 것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귀찮다는 이유로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는 내가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영국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미지의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로망이고, 누군가에게는 곱씹을 때마다 아련해지는 추억의 나라이기에, 내가 보고 느낀 사소한 것들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런던과 영국을 보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공감으로 우리가 추억할 것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해 보지 않고 동경했던 것들, 꿈 꾸지 않고 꿈만 꾸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 혹은 살아가야 한다 라는 생각에 이르러 4개월간 유럽을 여행했다.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중 디자인 감각을 느끼겠다며 런던에 방을 얻어 한 달간 머물렀고 Lake District와 Scotland를 여행했다. 느린 호흡으로 사는 듯 여행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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