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난 한국 영화제

날이 추워지면서 좋아하는 공원 나들이 마저 뜸해지고
가만히 앉아 비 오는 것만 봐도,때론 바람 부는 소리만 들어도 꼼짝 않고 싶어지는
바야흐로 겨울이 왔다~ -0-
한국 같았으면 부침개나 지져 먹고 뜨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만화책이나 보고픈데 쩝
라디에이터로 잠시 따뜻해진 공기는 훈훈한 기운을 느끼기 무섭게 식어가면서
어찌나 건조한지 눈만 따끔따끔, 가끔씩 진짜 눈물도 난다 ㅡㅜ
어쨌든 느는 건 살 뿐이오 방.콕 하며 시체 놀이하기 딱 좋은 날씨에
나와 신랑의 외출을 부추긴 대단한(?) 녀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11월 1일~18일 있었던 올해로 4회를 맞은 The London Korean Film Festival

지난 번 소개했던 BFI(British Film Institute: 영국영화협회)에서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에까지 이르는 봉준호 감독 작품 스페셜이 진행되기도 하고
London (BFI와 Barbican) 뿐 아니라 Manchester, Nottingham에서도
이름만 대면 다 알만큼 큰 인기 몰이를 했던
쌍화점, 과속 스캔들, 박쥐, 마더는 물론이고 최근 여러 기록들을 깬 해운대까지 상영한다니
한국에서 이미 보았던 영화들도 많았지만 영국에서 볼 생각을 하니 왜 이리 더 반가운 건지?
BFI는 가 보았던 지라, Barbican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고고씽~

도착해 보니 한국인들도 많았지만 외국인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괜시리 뿌듯~
신랑이 예약 했던 영화는 내겐 이름조차 낯설었지만
한국 영화사의 거장이시라는 유현목 감독의 흑백 필름

영화에 영어 자막이 나오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귀가 편하게 영화 보는 그 기분이란 캬~ 좋아좋아
영화를 보고 스태프가 나눠준 설문지를 보니 만나고 싶은 감독과 배우를 적으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언제 만날 수나 있을까 싶은 그 분들의 이름을 적고
한 표라도 더 얻어야 된다며 신랑까지 나랑 똑같이 적게 강요 ㅋ
제출하고 나오려는데 내 귀에 들리는 소리!!
 
“이번 주 토요일에 봉준호 감독님 오세요~”

앗, 이런.. 우린 여행도 할 겸 이미 노팅험 행 기차표와 숙소를 예매 해 놓은 상태 ㅠ.ㅠ
런던까지 날아오신 그 분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구나 아흑..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차로 2시간 채 가지 않아 도착한 로빈훗의 도시, 노팅험
역에서부터 걸어서 시내에 갈 수 있을 만큼 아담한 규모에
현대적인 느낌과 고전적인 느낌을 다 가진? 아님 그 중간쯤이랄까?
시내를 가로 지르는 트램은 그 분위기를 더 고조 시키는 듯!
런던은 어딜가나 너무 복잡하고 붐비고, 또 모두가 정신 없이 바빠 보이기만 했는데
여기는 뭔가 여유로워 보이는 첫 인상이 참 좋더라

거기다 ‘쇼핑의 천국’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내 전체가 각종 브랜드 매장들과 맛난 레스토랑들로 그득~

이 노팅험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린 곳은 바로 Broadway Cinema
지하에 있었던 상영관 하나는 커버가 초큼 예사롭지 않다 싶었더니
띠용~ Paul Smith가 디자인 한 거란다 @.@
우리가 간 날은 영화 상영 뿐 아니라
한국 영화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는 세미나가 진행 되었는데
흥미로웠던 점은 발표자가 영국인이라는 사실!
우리만큼 우리 영화를 좋아하고, 또 공부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있다니~ 자부심 가득 안고서 참석 ∩.∩
그리고 재미있었던 건 이 건물 오른쪽 대각선으로
실제로 총 24석 밖에 되지 않는다는 또 다른 극장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들러 보았더니
외관 역시 이 곳이 극장일까 싶고.. 게다 문까지 자물쇠로 닫혀져 있고.. -_-;;
노팅험에 살았던 지인에게 들으니 여긴 영화 상영 시간에만 문을 열고
심지어 일하시는 분이 화장실 갈 때도 자물쇠로 채워진단다 허걱..

아쉽지만 궁금증만 증폭 시킨 채 다시 찾은 브로드웨이 극장에서는
우리가 떠나는 다음 날 봉준호 감독이 노팅험에 온다는 소식이.. OTL

아니 이건 뭐 기회를 요리조리 피해 런던과 노팅험을 왔다갔다 하는 꼴?  >.<

(왼쪽)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향하고 있는 나의 한 남자
(오른쪽) 내겐 미스터리로 남겨진 총 24석의 극장

대신 기대를 안고 우리가 찾은 곳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펍
노팅험 캐슬을 따라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Trip to Jerusalem은
마치 우리나라 인사동의 찻집들이 다른 카페들과는 차별되게 가지고 있는 다른 느낌처럼
영국의 여느 펍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2층은 동굴 속에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벽과 천장이 완전 신기 (+_+)
그리고 전시되어 있는 의자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싶었더니
안내문에 쓰여져 있기를 이 의자에 앉으면 빠른 시일 내에 아이를 가지게 된다나?
영국도 이런게 있구나 신기한 마음과

불임으로 고생하는 지인들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의자를 떼어 오고픈 마음 굴뚝 같았으나
보는 것 만으로 그 기운이 전해지기를 고대하며 사진에만 담고 왔다는..

어쨌든 한국 영화제 덕분에, 아니 한국 영화제를 핑계로 ^.^ 노팅험까지 여행도 와 보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피부로 느끼며 가슴 한 켠 뿌듯해 져서 돌아오는 길
한국 영화의 선전을 기원하며 Cheers~ ^0^

Tips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고 있는 '한국 영화의 밤'은 보고픈 한국 영화를 즐길 좋은 기회!

노팅험 여행 정보 http://www.visitnottingham.com/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inn이자 pub인
The Trip to Jerusalem 
http://www.triptojerusalem.com/
혹 노팅험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 들려 보길 강추강추~

from 불 뿜는 아기 공룡 in th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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