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 Kim

최근에 영국에 있으면서 재미있게 보는 한국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KBS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이다. 이것은 탁재훈, 신정환 컨츄리 꼬꼬 콤비와 귀여운 음치 김성은이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가수들을 찾아가 불후의 명곡 5곡을 배워보는 코너이다. 이 5곡은 소위 히트곡이 많으면 종종 더 늘어나기도 하고(예를 들어 양희은 편), 그에 비해 굵직한 히트곡 몇 곡으로도 충분히 이 반열에 오른 가수들의 경우 그 수는 적어지기도 한다(예를 들어 하춘화 편). 물론 가수선정이나 히트곡선정의 기준과 그 평가에 있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 프로그램이 워낙 웃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멀리 있지만 빼놓지 않고 본다. 아마도 현재의 히트곡보다는 예전에 익숙했던 곡들에 대한 추억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또 외국에 있어서인지 우리나라 음악에 대한 향수가 더한 것 같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곡들과 가수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어떤 분야든 노력과 훈련, 인내를 통해 내공이 쌓이고 그리하여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는 항상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 프로그램은 지금은 관심을 덜 받는 왕년의(!) 가수에게 초점을 맞춰 히트곡과 그 주변에 얽힌 사연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소위 인기가 옮겨가고 잊혀진 가수 본인에게는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좋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노래 잘 부르는 사람에게 공개레슨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여기서 이들 스타들은 공통적으로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개성을 살리고 기교를 부리기 전에 ‘박자와 음정을 절대로 지켜라’, 그리고 ‘호흡법과 발성법을 충분히 익히라’는 것이다. 가수들은 오랜 내공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인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진지함을 갖고 있고, 자신의 히트곡을 수천 번, 수만 번 이상 불렀을 텐데도 지겨워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전반적인 특징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가요, 즉 트로트 가수들의 경우 하나같이 안정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는 진정 라이브 가수들이라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는 트로트를 다소 유치하고 노골적인 가사와 촌스럽고 느끼한 멜로디 때문인지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이들의 때로는 가슴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얄미울 정도로 계산된 기교에 동화되어 ‘참으로 와 닿는다’고 느끼게 된다. Pop(팝), Rock(록), R & B(리듬 앤 블루스), Hiphop(힙합) 과 같은 서양의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가운데 우리나라에 그 원류가 어떻든 간에 트로트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이 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트로트와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동방신기의 팬이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음악을 소화하는데 편식하지 않으려 한다. 음악은 다양하게 존재해야 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마음이 열려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시대나 나라의 차이, 연령이나 교육수준의 차이, 기타 사회경제적, 종교적 차이 등이 영향을 주겠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구애 받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사견을 잠시 피력하면, 음악은 이러한 형식의 제한이 엄연히 존재하고 음악 외적인 요소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음악은 무한에 가깝게 다양하게 표현되고 또 자유롭게 이해되는 것이다. 즉, 음악의 장르나 기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분명히 필요하지만(사실 그 어떤 분야보다 교육강도나 숙련의 수준이 높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 '감상하는 사람'의 역량과 개성에 따라서 음악은 무수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음악의 표현과 감상에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이나 서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테면, 서양음악이 우리나라 음악보다 우수하다든지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 평가의 기준은 어떤 종류의 음악이건 그 깊이와 완성도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 장르와 표현방법의 제약을 가능한 덜 받고 편견을 줄이면서 즐기려고 한다. 오직 관심을 갖는 것은 음악의 완성도와 노력이다.

예전에 학창시절에는 뭣도 모르고 팝송가사 외우고 외국 가수들에 대해 꿰차고 있던 적도 있었고, 한때는 클래식 음악에 빠져서 매월 부록으로 CD를 끼워주던 ‘월간음악’이나 ‘레코드포럼(Record Forum)’과 같은 잡지를 몇 년간 구독하기도 하였다. 대학에 간 후부터는 성가대를 10년 정도 하다 보니 가스펠이나 성가음악이 내 마음 속에 고향처럼 기본으로 깔리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가요가 많이 발전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서인지 지금까지도 가요를 가장 많이 접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에 오니 영국의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동안 놓았던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도 다시 빠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는 이들 음악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공연 등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 그 역사가 오래 되었고, 영국 사람들의 저변에 깔려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향유 자세 역시도 남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대중음악의 경우도 비틀즈(Beatles)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소식을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신문에서 비록 개인사에 관한 가십이지만 빈번히 확인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아침방송과 비슷한 아침 프로그램에 현역이건 왕년이건 가수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뉴스나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과연 이들과 같은 땅에 숨쉬고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Beatles나 Mick Jagger(믹 재거) 등 영국 팝스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제작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1월 BBC4에서 방영했던 프로듀서인 Ben Walley(벤 왈리)가 제작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British Pop(브리티지 팝)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Pop Britannia(팝 브리태니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영국의 대중음악에 대해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34주에 걸치는 내용이었는데 3부작으로 줄여서 방영하였다(www.bbc.co.uk/musictv/popbritannia). 50년대 Elvis Presley(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향을 받았던 시대로부터 Cliff Richard(클리프 리차드)를 거쳐 60년대의 전세계의 팝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Beatles(비틀즈),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Queen(퀸), U2(유투), Human League(휴먼 리그), David Bowie(데이빗 보위)가 있고, 80년대의 Duran Duran(듀란 듀란), Wham(왬), Boy George(보이 죠지)의 Culture Club(컬쳐 클럽), Pet Shop Boys(팻 샵 보이즈), 90년대 Kylie Minogue(카일리 미노그), Take That(테이크 뎃), The Human League(더 휴먼 리그), 2000년대의 Spice Girls(스파이스 걸즈)로 대표되는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음악의 흐름과 이들 음악 저변에 영향을 주고받은 사회적인 분위기도 함께 알려주는 다큐멘터리였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국 사람들은 이런 가수들이 즐비한 대중음악에 대해서, 아니 가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느끼겠구나 생각해 본다. 영국 팝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국은 유명한 작곡가나 연주자가 많이 배출된 독일이나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있는 유럽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먼저 영국이 클래식 음악분야에 있어서 갖는 강점은 음악교육과 음악감상을 위한 시스템에 있다. 먼저 영국에는 Royal Academy of Music(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 RAM)이나 Royal College of Music(로열 컬리지 오브 뮤직: RCM)과 같은 왕립음악학교가 그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이런 학교들은 이미 한국에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 오디션을 치를 수 있고 홈페이지에도 한국어로 된 소개가 있을 정도로 학교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유학생의 수도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학생들과 함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Oxford(옥스포드)와 Cambridge(캠브리지) 대학을 비롯하여 전국의 대학에 연주와 함께 이론을 연구하는 음악과가 대부분 개설되어 있다.

무엇보다 영국에는 재능있는 어린 음악도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교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었던 Russian Jewish(러시아계 유태인) 바이얼리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Yehudi Menuhin(예후디 메뉴인)이 세운 The Yehudi Menuhin School(예후디 메뉴인 학교)이 대표적인 사립음악학교이다. 이런 학교들은 지역의 초등학교(Primary School)나 중등학교(Secondary School)과 연계한 음악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콘서트, 마스터클래스, 워크샵 등을 열고 있다. 이러한 학교들은 비싼 학비로도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장학금제도나 후원체제도 상대적으로 잘 뒷받침되고 있다. 또한 귀족문화의 잔재라고 해야 할까, 여유 있는 음악애호가들이 촉망받는 연주자들을 후원하고 심지어 개인 저택에 연주홀을 마련하여 그들과 자신들을 위해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상업적인 음악캠프도 있고, Council(구청)이나 지역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아이들을 위한 지역의 음악코스나 클래스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집이 속해 있는 Harrow Council(해로우 구청)의 경우 Harrow Arts Centre(해로우 아츠 센터)가 주관하는 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한 Harrow Music Service(해로우 뮤직 서비스)가 있는데, 아이들이 부담없이 클래식 음악에 접근할 수 있고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는 것 같다.

음악학교 소개
학교명
홈페이지
주소
Royal Academy of Music
Marylebone Road, London, NW1 5HT
Tel:+44 (0)20 7873 7373
Royal College of Music
Prince Consort Road, 
London, SW7 2BS 
Tel: +44 (0)20 7589 3643
The Yehudi Menuhin School
Stoke d’Abermon, 
Cobham, Surrey  
KT11 3 QQ 
Tel: +44 (0)1932 864739

Royal Academy of Music의 모습 (출처: www.ram.ac.uk)

Royal College of Music의 모습 (출처: www.rcm.ac.uk)

The Yehudi Menuhin School과 故 예후디 메뉴힌의 모습
(www.yehudimenuhinschool.co.uk)

우연히 참석하게 된 개인후원자가 마련한 Private Concert. 1680년에 지어졌다는 저택에서 감상한 음악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Harrow Council의 예술활동과 공연관련 정보지와 Harrow Arts Centre, 아이들을 위한 Harrow Music Service

이러한 교육시설 이외에 영국에서는 클래식 공연을 비롯해서 다양한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볼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연장인 런던의 Barbican Centre(바비칸 센터)와 Southbank Centre(사우스뱅크 센터)의 경우 클래식 음악과 재즈, 팝 등 여러 장르의 음악,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 영화, 전시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종합 공연공간이다. 나는 비교적 시간이 있을 때에 공연을 일부러라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에 이곳들의 공연일정 확인해 보곤 한다.

공연 센터
공연장
공연분야
(및 상주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및 주소
Barbican Centre
(Barbican hall)
art (Barbican Art Gallery)
theatre & dance
film
music (London Symphony Orchestra)
education
Barbican Centre
BC2B 2QB
Tel: +44 (0)20 7638 8891
Box Office: (0)845 120 7500
Southbank Centre
(Royal Festival Hall,
Queen Elizabeth Hall,
Purcell Room,
Hayward,
Saison Poetry Library)
music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dance & performance
literature & spoken word
visual arts
festivals & series
children & family
talks & debate
Belvedere Road
London, SE1 8XX
Tel: +44 (0)871 663 2501
Box Office: (0)871 663 2500

Barbican Centre의 지도와 모습 (출처: www.barbican.org.uk, en.wikipedia.org)

Southbank Centre의 모습 (en.wikipedia.org)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영국에서는 이런 공연 일정이 최소 2년 후까지 미리 발표되고 또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2년 후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공연예약은 미리 해 두는 것이다. 이런 예약문화를 통해 영국 사람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고 즉흥적인 것을 꺼리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또한 클래식 음악의 경우 꾸준한 관심과 인기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지만 티켓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해외의 유명 오케스트라나 연주자가 방한하면 그 희소성 때문인지 터무니 없이 티켓값이 비싼데, 영국의 경우 클래식 연주회의 경우 대체로 £10-30(2만원-6만원)에 살 수 있고, 예외적으로 표가 비싼 경우도 £50(10만원)를 넘지 않는다. 실제로 이러한 합리적인 표값 하나로도 ‘공연문화가 정착되어있다’, ‘클래식음악이 대중적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

거기에 이런 센터에 연회원이나 평생회원에 가입하면 비교적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고, 예약할 때도 우선순위가 주어지거나 할인혜택, 예약수수료면제, 초청공연과 같은 혜택이 있다. 또 연회원 비용이 그다지 비싼 편도 아니어서 어떤 공연이든 1년에 5-6회 정도 관람하는 경우에는 수수료 면제만으로도 회원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티켓구매 사이트(예를 들면 http://www.ticketmaster.co.uk/)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환불이 안 되는데, 이런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신이 예매한 동일한 사이트에서 개인이 직접 경매방식을 통해 표를 파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런 센터에서 구매한 표들은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경우에 다른 공연으로 바꿔주거나 voucher(바우처 - 상품권)형식으로 차후에 쓸 수 있도록 유예시켜준다. 워낙 좋은 공연들이 많이 기획되어 제공되고, 그 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공연에 대해 고급문화라는 인식보다는 대중문화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대중들을 향해서 양질의 공연들이 경쟁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에, 공연수가 부족하거나 질을 의심하기 보다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공연 센터의 회원가입
공연장
가입혜택
연회원 가입비
Barbican
Centre
20% 할인: 2개의 연극, 무용, 해당 음악 공연
15% 할인: Barbican 레스토랑, 카페, 바, 아트갤러리 매장
10% 할인: Farringdon 음악매장
£6: 영화티켓
£2 할인: Barbican Art Gallery 입장시
Members' e-updates (회원 온라인 소식지 전송)
특별 이벤트나 시사회 초대
£25
(현금카드: £20)
Southbank Centre
예약수수료 건당 £2 할인
주요공연에 대한 사전정보제공 및 예약
1년에 3회 발행되는 소식지 우송
£25
(현금카드: £22.5)

Southbank Centre와 Barbican Centre의 회원카드, 안내책자

또한 이러한 공연센터의 좋은 점은 예술과 교양, 교육을 위한 종합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아울러 도서관이나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영국의 대부분의 시설들이 그렇듯이 아이들을 위한 공연과 프로그램, 이벤트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데, 이들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영국사회 전반적으로 가족우호적인 가치가 실제로 실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이 붐이라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 위주가 되어 어른들은 희생하고 오히려 문화향유의 우선순위가 아이들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보다는 가족이 함께 하고 함께 즐기는 그런 가치가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이러한 센터의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비용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공연장 분위기에 맞춰 예술적이어서 좋다. 대체로 영국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의 레스토랑, 카페들은 맛과 비용, 인테리어 면에서 훌륭해서 본연의 목적인 관람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식사나 차만 마시러 가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만약에 자신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문외한이라 생각해서, 살짝 거부감이나 주눅이 드는 경우라도, 영국에서는 공연과 공연장의 세계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아쉬워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관광차원에서라도 이런 공간을 방문해 볼 것을 적극 권한다.

Barbican Centre의 Balcony Bistro, Searcy’s, Waterside café의 모습
(출처: www.barbican.org.uk)

Barbican의 상점인 Farringdons와 Art Gallery Shop (출처: www.barbican.org.uk)

Barbican Centre의 클래식 음악 분야를 보면 우선 영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평가 받는 London Symphony Orchestra(LSO: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상주 오케스트라(resident orchestra)로서 2008-2009 시즌(2008년 9월부터 1년간)에 대략 40회 이상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 외에 Barbican의 Associate Orchestra(부 오케스트라)인 BBC Symphony Orchestra(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같은 시즌 20여 회가 있을 예정이다. Southbank Centre의 경우 상주 오케스트라는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LPO: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인데 Southbank Centre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통한 재개장과 함께 2007년 75주년을 맞이하였다. 1932년 LPO와 1946년 Royal Philharmonic Orchestra(RPO: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순차적으로 만든 Sir Thomas Beecham(토마스 비참 경)이 최초의 지휘자였고, 현재 LPO는 Southbank에서 2008-2009년 시즌에 40여 회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고, RPO도 6회의 공연이 있다. 1932년에 있었던 LPO의 콘서트에서는 당시 16세이었던 Yehudi Menuhin(예후디 메뉴힌)이 협연하였고 영국이 자랑하는 Elgar(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Elgar 자신에 의해 지휘되기도 하였다. Elgar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오케스트라들의 대대적인 기념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Barbaican에서의 장영주의 연주회 인터넷 안내와 사진, 그리고 공연 당일에 있었던 싸인회 포스터

장영주 양이 LSO와의 협연을 마친 후 관객의 찬사 속에 답례하는 모습과 무대 뒤에서 지인들을 만나는 모습

나는 그 동안 아이 낳고 정신 없이 살다가 누릴 수 없었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겸, 영국의 강점 중 하나인 널려있는(ubiquitous) 공연문화를 누려볼 겸 마음 먹고 두 군데 센터 모두에 연회원에 가입하였다. 이번에는 내가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던 클래식 연주자를 중심으로 예약하였다. 먼저 외국에서 한국출신의 유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으면 남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 보았으나, 올해에는 Sarah Chang(장영주) 양의 Barbican에서의 지난 2월 21일 공연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장영주가 이번에 연주한 Shostakovich(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Shostakovich의 인생의 험난함이 반영된 격정적인 스타일이 잘 나타나는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영주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고 들으면서 열정적이다 못해 광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한 인상과 감동을 받았다. 연주자로서 무대에서 음악을 표현할 때에는 관객을 압도하고 연주에 흡입시키기 위해 하나의 쇼맨십이라 할 정도로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퍼포먼스(performance)가 필요하기도 한데, 장영주의 열정적인 모습은 단지 프로페셔널(professional)로서의 표현법일 뿐이라 할지라도 관객 입장에서 그것이 진정 음악에로의 몰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매력있고 능숙한 연주자의 모습이었다. 사실 우리는 현재의 그녀에게서 어린 시절의 장영주라는 천재를 목격하고 싶어하는데, 그보다는 음이 설령 틀렸을지언정 그것을 아름답게 넘기고, ‘내 음악세계가 여기 있습니다’를 수동적으로 알리는 정도의 애송이 연주자가 아니라, 관객 모두를 자신의 연주 속으로 빨아들여 동화시키고 싶어하는 야심차고 능수능란한 거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와 함께 이번 연주회에 간 지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장영주 양과 친분이 있는 관계로 연주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 우리는 무대 뒤에서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영국의 공연장에서는 지인이나 팬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 연주자를 만나는 것이 주최측의 통제 하에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여기서 만난 장영주 양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 이유는 격정적인 연주 후라 힘들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이 연주도구의 일부인 연주자로서 몸을 사릴 수도 있는데, 자기를 만나러 온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그 아이들의 얼굴이 안 나올지도 모른다면서 번쩍 안아서 유쾌하게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술가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그녀의 상냥하고 배려하는 의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역시도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나이에 그런 여유 있는 모습 갖기 쉽지 않은데 이번 연주회를 통해 여러모로 장영주를 좋은 연주자,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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