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 속 숨은 그림 찾기
'유명 작가들이 사랑한 블룸즈버리의 작은 공원들'

 
최은숙 / '런던에 미치다' 저자
 
런던에는 하이드 파크, 켄징턴 파크와 같은 큰 공원 외에도 도심지 곳곳에 ‘스퀘어 Square’라고 이름붙인 공간이 많다. 트라팔가 스퀘어, 레스터 스퀘어, 러셀 스퀘어 등등. 이곳들은  이정표나 약속 장소로도 여행객들에게도 친숙하다.

17세기 무렵 런던에 처음 등장한 스퀘어는 주택과 빌딩으로 둘러싸인 중앙 정원이나 공원이다. 귀족이나 부자들이 근처 이웃들과 사용하던 정원이자 산책 장소였다고 한다. 그중에는 영화 <노팅 힐>에서 겁 많은 휴 그랜트가 줄리아 로버츠를 따라 담을 넘어간 정원처럼 사유지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도심의 많은 스퀘어들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그냥 네모반듯한, 작은 공원인 스퀘어. 런던의 그 많은 관광 명소를 제쳐 두고, 스퀘어를 찾아가는 여행은 좀 한가로워 보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런던의 겉표지를 넘기고, 속 페이지를 펼쳐보고 싶다면, 런던의 도심에서도 블룸즈버리 주변의 스퀘어 기행은 필수다. 영국 박물관을 둘러싼 블룸즈버리 지역은 책을 구하기 어렵던 시절에 작가들이 영국 박물관내 도서관(리딩 룸 Reading Room)을 이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근처에 살거나 자주 찾아오는 공간이었다. 블룸즈버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런던 작가들과 작품들이고, 이들이 산책하면서 상상력을 꽃피우던 공간이 근처 스퀘어이기도 했다.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이안 매큐언 등은 작품 또는 일기 속에는 도심의 스퀘어를 언급돼 있다. 블룸즈버리의 스퀘어들 중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곳들을 소개한다.
 

런던 스퀘어 중에서 꽤 큰 넓은 편인 러셀 스퀘어.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이 출판사를 운영하던 곳과 가깝다.
 
블룸즈버리 스퀘어 Bloomsbury Square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인 블룸즈버리 스퀘어(1661년 오픈). 지상에서 가장 단순한 공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단순한 형태이다. 옛날 사진을 보면 정사각형의 빈터에 열십자로 길을 내고 잔디를 심어 놓고, 그 후 라임 나무들이 크게 자랐지만 단순한 구도는 변치 않았다. 근처 건축물들은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3백년의 역사 동안 이 주변을 소유한 집주인들의 취향대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각기 다른 시대와 스타일의 산물들이 신기하게도 잘 조화를 이룬다.
음악 속에 등장하는 블룸즈버리 스퀘어는 다소 음울한 분위기다. 우리나라 클래식 FM에서도 자주 들려주는 ‘푸른 옷소매 환상곡 Fantasia on Greensleeves’의 작곡가 랄프 보간 윌리엄스 Ralph Vaughan Williams는 ‘런던 심포니 A London Symphony’ 제 2악장에서 ‘어느 11월 오후의 블룸즈버리 스퀘어’를 선율로 표현했다.

블룸즈버리 스퀘어
 
고든 스퀘어 Gordon Square
런던 걷기 여행 상품 중에서도 ‘블룸즈버리 문학 기행’은 늘 인기 있는 코스다. 영국 박물관을 중심으로 런던대학교 근처 작가들과 연관된 장소들을 소개하는데, ‘블룸즈버리 그룹’은 그중에서도 핵심이다.
블룸즈버리 그룹은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면서도 런던에 사는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교류하던 단체.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집이 이 그룹이 만나는 장소였다. 그룹 회원들로는 <인도로 가는 길>의 작가 에드워드 포스터, <자기만의 방>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남편이자 출판사를 운영한 레오너드 울프, 경제학자 존 케인즈 외에 화가, 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버지니아 울프는 블룸즈버리 그룹이 모이던 자신의 집(고든 스퀘어 46번지)에서 고든 스퀘어를 내다보며 이렇게 예찬한다. “저녁 식사 후 발코니 의자에 앉는다. 가로등이 잔디를 밝은 녹색으로 비추는 고든 스퀘어는 정말이지 로맨틱한 곳”이라고. 언뜻 보면 별 장식이라고는 없는 조지안식 건축 양식들(주로 런던 대학 건물들)에 둘러 쌓여 있는, 고목들과 벤치 몇 개가 고작인 작은 공원에서 잠시 지나가는 여행객이 그런 로맨틱함을 느끼기는 좀처럼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 근처에 살거나 잘 아는 사람이라면 커피 한 잔 마시며 조용한 아침을 즐기는 장소로 손에 꼽는 명소이다.

 
고든 스퀘어

블룸즈버리 그룹의 모임 장소와 안내판
  
 
피츠로이 스퀘어 Fitzroy Square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인 <피그말리온>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살던 집이 피츠로이 스퀘어 29번지이다. 피츠로이 스퀘어는 우리나라에 영화 <어톤먼트 Atonment>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이안 매큐언 Ian McEwan의 부커상 수상작 <토요일 Saturday>에 고급 주택가의 무대로 등장한다. 뇌수술 전문의 헨리는 피츠로이 스퀘어에 있는 집 창문으로 공원을 응시하다가 예기치 않은 장면을 목격함으로써, 토요일의 정적이 한순간에 깨어지게 된다는 스토리다.

태비스톡 스퀘어 Tavistock Square
찰스 디킨스는 블룸즈버리의 도티 스트리트(1837-1839)와 태비스톡 스퀘어 주변(1851-1860)에 살았다. 두 곳에서 찰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브릭 하우스> 등의 명작을 썼다. 태비스톡 스퀘어의 집은 제 2차 세계 대전 때 폭격을 맞아 흔적을 찾을 수 없어 그 근처임을 알리는 간판이 걸려 있다.
태비스톡 스퀘어는 ‘평화의 공원’이라고도 불린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근처 대학을 다닌 마하트마  간디의 좌상이 있어서, 간디를 기리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추모하는 벚나무와 추모비가 공원 한쪽에 있다.
 
찰스 디킨스의 집 근처
   

태비스톡 스퀘어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태비스톡 스퀘어에 심은 벚나무와 추모비
  
[Tip] 블룸즈버리 찾아가기
위치 Bloomsbury, Camden
교통 Holborn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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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수정 2009/04/02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공원의 정취를 그림으로 담고 싶네요... ^^*

  2. 2009/04/02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김지영 2009/04/03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룸즈버리 공원... 혹시 대영박물관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공원이 맞나요? 벌써 가물거리네요. 맞다면, St. Giles 어학원에서 어학연수 받을때 스페니쉬 친구랑 이탈리안 친구랑 같이 식사하던 곳이 맞을텐데... 영국의 공원은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혼자 앉아있어도 낯설지 않게 편안함을 주는 곳. 사실 서울 살면서 가끔 그리운 영국의 장소라고 꼽으면 첫번째가 공원이에요.

    런던에 있어 그 공원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수도라는 대도시이면서도 그 복잡함속에서 쉼표를 그려주는 곳. 맞아요. 영국의 공원은 삶의 '쉼표' 같은 공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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