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 Kim


Waddesdon Manor에서의 크리스마스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이르면 10월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집으로 배달되는 쇼핑업체들의 광고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주문하라고 하고, 11월에는 시내의 여러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시작한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바로 전까지 크리스마스 마케팅은 절정을 이룬다. 텔레비전에서 각종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들이 방송되고 각 마을마다 High Street(하이 스트리트 - 대부분의 마을에 가장 번화한 거리에 해당한다)를 중심으로 조명이 밝혀지고 지역축제나 행사가 열린다. 학교들도 초등학교(primary school)의 경우 성극이나 바자회, 부모초청 행사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National Trust의 여러 지역들 역시 National Trust다운 흥미로운 이벤트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런던 근교의 Buckinghamshire(버킹엄셔)의 Waddesdon(와데스돈)은 그 규모에 맞게 다채로운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린다. Waddesdon은 19세기에 유럽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유태계 은행재벌 Rothschild(로스차일드) 가문의 Baron Ferdinand de Rothschild(바론 퍼디난드 드 로스차일드)에 의해 지어졌다 (1874-1889). 그는 영국에서는 특이하게 르와르(Loire) 지방에 주로 지어졌던 프랑스의 르네상스식 성(château)을 모델로 이 저택을 지었다. Waddesdon에는 당시 유럽 유수의 그림, 도자기, 가구, 카펫, 패브릭, 등을 모아놓은 콜렉션과 빅토리아식 정원으로 유명하다. 또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천 병의 와인을 소장하고 있는 Rothschild 와인저장고의 명성도 지금까지 자자하다. 이후 이 저택은 1957년에 James de Rothschild(제임스 드 로스차일드)에 의해 National Trust에 기증되어 관리되고 있다.

Waddesdon Manor의 전경과 정원
(사진 1.3.출처: www.waddesdon.org.uk)

크리스마스에는 어릴 적 한번쯤 꿈꿔보는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이러한 대저택에서 풀코스의 디너파티/댄스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수 이상이 되면 이곳에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파티를 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단위로 Manor house(마노하우스)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점심이나 디너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한다. 그 외에도 Rothschild 와인셀러의 와인 시식행사에 참여하고 와인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각종 치즈와 잼, 젤리, 마늘 피클류, 오리고기, 오크나무로 훈제한 닭고기, 돼지고기파이(pork pies), 생선케이크(fishcakes)과 같은 영국식 크리스마스 음식을 살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

Waddesdon에서의 디너파티 및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출처: www.waddesdon.org.uk)

Waddesdon gift shop의 모습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가 한창이고, 와인코너도 있다.


1. Waddesdon 와인저장고
 (출처: Waddesdon Autumn, Winter & Christmas 2007/8)
2. 와인시음을 알리는 안내판과
3. Waddesdon의 이름으로 나오는 와인 중 하나인 로제와인

Waddesdon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벤트는 Manor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이다. 매해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되는데 이번 해에는 English National Ballet(잉글리시 네셔날 발레) 공연과 함께 이들의 지원을 받아 각각의 방을 안데르센의 동화인 “눈의 여왕(The Snow Queen)”, “장난감 병정(The Tin Soldier)”, “엄지공주(Thumbelina)”, “완두콩 공주(The Princess and the Pea)”, “빨간 구두(The Red Shoes)”, “백조 왕자(The Wild Swans)”, “벌거벗은 임금님(The Emperor’s New Clothes)”, “부싯깃 통(The Tinderbox)”, “미운 오리 새끼(The Ugly Duckling)”,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의 주제로 꾸며놓았다.

아이들은 동화에 나오는 장면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착각에 흥분하고, 어른들은Rothschild 콜렉션에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감상하며 즐기게 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Blue dining room(블루 다이닝 룸)에 2003년부터 전시되어 있는 Ingo Maurer(잉고 마우러)의 “Porca Miseria(포르카 미제리아- ‘oh my goodness(어머나)!’라는 뜻)”라는 조명이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과 함께 달려 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명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깨달음과 그에 걸맞는 지극히 화려한 삶의 모습이 우리를 잠시나마 환상 속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저택에서 나와 gift shop에서 Waddesdon의 안내책자와 엽서, National Trust의 2008년 달력 몇 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고 와인을 시식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몇 잔의 와인을 마셔 본 후 Waddesdon의 이름이 붙은 “A.C. CÔtes du Duras 2006년 Rosé” 와인을 한 병 샀다.

동화 “완두콩 공주” 컨셉의 방과 은식기 콜렉션이 돋보인 방의 크리스마스 장식

여러 종류의 식기가 깨져있는 형상의 Ingo Maurer의 “Porca Miseria”
출처: The Waddesdon Companion Guide

거울이 깨진 것을 형상화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홀의 크리스마스 장식
(출처: www.waddesdon.org.uk)

Waddesdon에서 꼭 한번 들러봐야 하는 곳 중의 하나가 Plant Centre(식물센터)이다. 이 곳은 원래 Manor의 old kitchen garden(올드키친가든–별채 중 하나인 듯)이었는데 National Trust에서 Plant Centre가 있는 곳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으로 1년 내내 문을 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식물들, 리스(wreath), 기타 장식물들을 판매할 뿐 아니라, 리스와 센터피스 만드는 법. 테이블 세팅을 재료비 정도만 받고 가르쳐 준다. 또 이곳의 카페테리아는 보기만 해도 오랜 세월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cottage(코티지) 풍의 테이블과 의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11월과 12월에는 mulled wine (뮬드 와인이라고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를 때는 물론 겨울에 여러 향신료와 설탕 과일을 넣어 끓여 먹는 와인)을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영국에 와서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살아있는 나무를 사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나무 중에서 “Normanniana(노르만니아나)”라는 종류의 4피트 정도 되는 키의 나무와 poinsettia(포인세티아) 화분들, 여러 열매로 만들어진 생화 리스를 구매하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곳에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포장해주는 방법이었다. 살아있는 나무가 마치 인공나무처럼 가지들이 한 방향으로 눕혀져서 포개진 후 그물 같은 것으로 한번에 싸매지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 때문에 자동차 트렁크에 넉넉하게 나무가 들어갔다. 너무나 지혜로운 방법이었다.

Plant Centre의 모습. 규모도 크고 종류도 여러가지이다.
마지막 열에 카페테리아의 모습과 멀리 나무포장 장치가 보인다.

나무포장장치에서 포장하는 모습과 리스, 화분들

이제 트리를 장식하는 것만 남았는데 12월의 둘째 주가 넘어가자 대부분의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는 크리스마스 용품의 막판 판매를 위해 세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곳 저곳에서 모아온 아이템들을 한곳에 모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반짝이 장식불과 여행 중에 두 딸을 위해 샀던 예쁜 양말들과 함께 Victoria & Albert Museum shop(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샵)에서 샀던 정교한 장식품과, 엄청난 규모의 크리스마스 코너를 자랑하는 Harrods(헤로즈) 백화점에서 고른 세일중인 자주색 볼과 금색의 가지각색의 장식물들, John Lewis(존 루이스) 백화점의 세일에서 산 여러 종류의 빨간 볼을 매치해서 트리를 장식하였다. 이번 트리의 색깔조합은 빨강과 자주, 그리고 금색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마음에 드는 결과였다.

크리스마스 장식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활발하게 진행된다. 영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여행을 가거나 가족을 만나러 가는데, 이 시즌에는 평소에는 검소하고 절약하는 영국인들이 소비도 많이 하고 여행을 위해서 과감히 투자를 한다. 그리고는 막상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다음날인 Boxing Day(복싱 데이 - 크리스마스 다음날 서로의 선물을 풀어보는 날로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는 전통이 있다)에는 사람들은 밖에 나다니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을 증명하듯이 이 때에는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교통수단이 운행을 하지 않는 노선이 많다. 우리 가족도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는 National Trust에서 산 트리 장식 옆에서 맛난 음식과 함께 Waddesdon 와인을 맛보며 오붓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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