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vs 영국 국내 여행 -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소박한 휴식을 즐기는 영국인들의 여름나기!


주한영국문화원 블로그는 런던에서의 실제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도서 <런던홀릭>의 핵심 내용을 12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습니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관광객이 아닌, 3년 이상 런던에서 생활한 런더너로서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런던홀릭>은 런던 생활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유쾌한 필체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요.

이에 힘입어 2012년 1월부터 영국문화원 블로그는 저자 박지영씨가 쓰는 영국생활 생생 경험기, [런던홀릭 시즌2]
독점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제는 복잡한 런던에서 벗어나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2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저자가 새롭게
쓰는 [런던홀릭 시즌2]에서는 <런던홀릭>에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보다 흥미롭게 전해드릴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영국사람들의 휴가는 유럽여행?!

사실 런던에 살면서 5년간 영국 곳곳을 여행하기 보다는 유럽여행에 집중했다.
영국에 사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유럽 대륙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간 이태리,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등 북유럽을 제외하곤 안다닌 곳이 없었다.
이태리만 다섯번을 갈 정도로 우리 가족의 유럽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뜨겁고 진했다. 

주변을 봐도 그랬다. 우리 이웃인 영국인 할아버지 데릭도 그랬고, 몽구의 학교 친구들도 그랬다.
두달에 한번씩 있는 학교 방학 때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장거리 가족여행을 떠났다. 우리 가족도 그렇고, 주변 지인들도 그러하니 영국에선 으레 다들 그러고 사는 줄 알았다.
휴가만 나면 짐을 싸서 외국으로 튀는 것으로!



이태리 베로나의 한 광장. 우리 가족은 유럽에 수시로 여행을 다녔다. 이태리는 다섯번이나 갔을 정도로 우리의 사랑을 받은 나라. © 박지영
이태리 베로나의 한 광장. © 박지영



그런데 나의 이 편협한 생각을 깨준 것은 우리가족이 런던 외곽의 전원마을로 이사를 가고난 후다.
전형적인 영국인 마을에서 살다보니 런던에서 삶과 다른 것들이 참 많았지만
그 중 가장 큰 괴리를 느낀 것이 여행이다.

소위 중산층 영국인들이 사는 이곳에선 웬만하면 유럽 등지의 해외여행은 가질 않는다.
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곳에 사는 영국인들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중하류층이라고  보는 게 맞다. 런던에서 중산층이라면 부모가 고액 연봉자이고 아이는 사립학교에 다니는
가정을 말한다. 그런데 전원마을에선 그런 가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신 다들 고만고만하게 산다.

모기지로 산 아담한 이층집에 살면서 아이 두셋을 키우고, 남편들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거나
아예 집에서 논다.  수입이 한달 벌어 한달 먹기 빠듯하니 옷차림도 수수하고 놀이문화도 한없이 수수하다.
고로, 여행도 수수하게 간다. 유럽여행을 가기에는 가계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주변의 분위기를 타는 걸까. 우리 가족은 전원마을에 이사 온 해 정말 열심히 영국인다운 여행을 즐겼다. 
물론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불가능하기도 했고, 
또, 영국인들은 어떻게 여름을 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남부나 서부 해안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절벽과 바다가 수두룩하다. 영국인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트레킹을 하거나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며 긴긴 휴가를 즐긴다. © 박지영
영국의 서부나 남부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절벽과 바다. © 박지영



영국인다운 휴가 즐기기!

영국인들은 여름휴가를 주로 영국의 남서쪽에 있는 콘웰(Cornwall)이나 데븐(Devon)에서 보낸다.
우리로 치면 해운대나 만리포로 휴가를 가는 격이다.

조금 돈이 있는 집이라면 자그마한 코티지(cottage; 방갈로처럼 생긴 별장)를 사서 시간만 나면 그곳을 찾는다.
그보다 돈이 덜 있는 집이라면 큰 리조트단지에 이동식 별장을 분양받아 시간만 나면 그곳을 찾는다.
이들보다 돈이 좀 더 없는 집이라면 그냥 캠핑 사이트에서 카라반을 빌리거나 텐트를 들고 가 휴가를 즐긴다.

우리 가족도 여러 형태의 피서 여행을 경험해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동식 별장에서 보낸 5일이다.
지난해 여름 유명한 여행 사이트를 뒤져 괜찮은 바닷가 리조트를 발견했다. 영국 남해안 근처의 도싯(Dorset)이라는
마을에 있는 ‘리틀씨 홀리데이 파크’다. 말이 리조트지 이곳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별천지가 펼쳐진다.


리틀씨 리조트 내의 무빙홈. 내부에는 거실, 부엌, 화장실, 침실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있다. © 박지영
리조트 내에 있는 무빙홈에는 거실, 부엌, 침실, 욕실 등이 들어서있다. © 박지영



우리가 자는 곳은 일명 무빙홈(Moving home).
대형 컨테이너 안에 침실 두 개, 부엌, 욕실, 거실 등 집 한 채가 통째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을 빌리는 데 하루에 110파운드(약 20만 원). 이것도 마지막 폭탄 세일을 해서 싼값으로 구한 것이지
성수기에는 하루 300파운드(약 55만 원)까지 값이 오른다고 한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좀 낡은 콘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캐러반이나 텐트에서 자는 것과 비교하면 5성급 호텔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거 너무 저렴한 인테리어였나 보다. 침대 매트리스 스프링이 툭툭 튀어나와 온몸을 찔러데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러면 그렇지… 호텔은 무슨. 잠을 설친 탓에 아침만 되면 눈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잠시 접어두자.


밖에서 볼 때와 달리 내부에 들어오면 꽤나 넓은 공간에 놀라게 된다. © 박지영
안으로 들어오면 밖에서 상상할 때와 달리 꽤 넓은 공간에 놀라게 되는 무빙홈 내부. © 박지영

수백개의 무빙홈이 도열해있는 리틀씨 리조트 전경. © 박지영
수백 개의 무빙홈이 있는 리틀씨 리조트 전경. © 박지영



휴가철이라 단지 휴가지에 왔을 뿐! 대자연 속에서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이곳 리조트에는 낮시간 즐긴 것들이 소소히 있다. 야외수영장과 미니 골프장, 심지어 이 시골 마을 리조트에
큰 규모의 스타벅스 커피숍까지…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한 달간 무빙 홈에 머문다.
그 긴 기간 뭘 하며 즐길까 싶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낮에 베란다에서 일광욕하며 책을 읽거나
가족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이 전부다. 

이런 광경은 어느 여행지를 가나 똑같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그냥 킬링타임이나 하면서 지낸다.
뭔가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마 며칠 안에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선 대부분 여행객들은 다들 이렇게 소박하게 휴가를 즐긴다. 그러다 좀 지루하다 싶으면
하루 몇 시간 인근의 바다로 놀러 가면 그뿐이다. 

영국의 남해나 서해는 깎아지르는 절벽과 아름다운 바다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차를 타면 몇 분이 안돼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왜 영국인들이 여름 휴가철이면 이곳으로 몰려드는지 이해가 간다.
요즘 한국에서도 야외 캠핑이 자리 잡았다고 들었다. 각종 최첨단 캠핑 도구들과 비싼 텐트는 기본이란다.
하지만 캠프장 등 인프라는 아직 화려한 캠핑 도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국에서 캠핑은 개념이 좀 다르다.
집 밖을 나왔을 뿐이지 편의시설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영국은 초원과 숲이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에 캠프장 또한 대자연 속에 파묻혀있다.
우리 가족이 갔던 캠프장은 핸리-어폰-템즈. 런던에서 서쪽으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로,
조정 경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단 캠프장 입구의 안내소에서 1박 비용인 30파운드(약 5만 원)을
내고 등록을 했다. 드넓은 초지에 다다라 우리 맘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이크, 4인용에 거실 기능까지 곁들인 텐트를 큰 맘 먹고 샀건만, 텐트를 치고 나니
화려한 타워팰리스 빌딩 숲 속 판잣집 같다. 우리 텐트는 영국인들이 가져온 텐트에 비하면 참 소박하고 작다.


텐트 하나의 크기가 일반 가정집 면적 많다. 텐트 안에는 거실, 방3개, 부엌 등 없는 게 없다. © 박지영
내부에 방 세개, 부엌 등이 들어서 있는 거대한 크기의 가족 텐트. © 박지영



영국인들은 대가족이 함께 캠핑을 해서 이들이 지내는 텐트 또한 이동하는 작은 집과 같다.
가운데엔 거실이 있다. 세 방향으로 방이 연결돼 있고, 입구 쪽에는 부엌이 있다. 저 큰 텐트를 어떻게 치나
싶지만, 장정 여섯이 달라붙으면 5분 안에 설치와 철거를 할 수 있었다. 캠핑이 생활화돼 있다 보니 어느 캠프장을
가도 시설은 감동적이다.

이곳 캠프장에는 한편에 샤워실과 화장실,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까지 깔끔한 인테리어로 신경을 썼다.
우리는 1박에 불과했지만 다른 텐트족들은 몇 날 며칠, 심지어 몇 주간 이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둥그렇게 캠핑 의자를 놓고 가족끼리 소소한 담소를 나누면서.  영국인들의 휴가는 한국인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 ‘심심함’ 그 자체다.

우리 같으면 저녁때 캠프장을 벗어나 노래방에서 음주 가무라도 즐기겠지만, 영국의 휴가족들은 그냥 가족과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마음 저 깊숙이에서부터 즐기는 것 같다.
하긴 영국에서 삶 자체가 워낙 무료하고 그날이 그날 같아서
여행이라는 것이 이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도 아닐 것이다. 화려한 해외 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그리 개의치도 않는다.

가족이 있고, 또 이리저리 즐길 수 있는 여행 문화가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 바람막이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사생활을 보호한다.
바람막이를 만들어서 사생활을 보호하며 바닷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 © 주한영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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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홀릭>의 저자 박지영은10 년간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습니다. 문화부에서 미술기자로 일한 지 얼마 안 돼 미술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 영국 유학을 떠나 2010년 2월 런던 소더비 대학원 아트 비즈니스 석사과정을 마친 후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박사과정 휴학 중입니다. 현재는 런던 외곽의 아름다운 전원마을에서 건축가인 남편,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행복했고 때론 황당했던 런더너로서의 3년 일기를 <런던홀릭>이라는 책에 담아 2010년에 출판하였고, <런던홀릭>에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영국문화원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갑니다. 저자의 생생한 런던 이야기가 영국유학을 꿈꾸고 런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께 도움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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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3 2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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