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 Kim



영국에서 여가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National Trust(내셔널 트러스트)나 English Heritage(잉글리시 헤리티지)의 관광지에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이 두 단체는 비슷한 성격의 단체이지만 National Trust는 1895년 빅토리안 시대의 자선가들인 Miss Octavia Hill (미스 옥타비아 힐), Sir Robert Hunter(써 로버트 헌터), Canon Hardwicke Rawnsley (캐논 하드위크 란슬리)에 의해 자발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서 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는 곳, 보존가치가 있는 저택과 건물, 그리고 정원을 소유하여 관리하는 재단이며, English Heritage는 1983년 National Heritage Act에 기반하여 영국정부(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 DCMS)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로서 주로 고고학적,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연과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문화재 보존과 관리,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는 면에서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데, 공동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고 서로 멤버쉽을 공유하는 것을 보면 이런 면을 잘 알 수 있다.


이 두 단체에 회원이 되는 것은 이들 소유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자연 보호, 문화재 보존에 기여한다는 점, 기부와 자선의 동참한다는 점 등 소위 일석이조, 일석다조의 장점을 갖는다. 일단 이들이 소유하고 관리하고 있는 곳에 가보면 그 규모와 범위의 면에서 놀라게 된다. English Heritage의 경우 England 지역에만 해당하지만, National Trust의 경우 Scotland를 제외한(이에 상응하는 스코틀랜드의 지역을 방문할 때에도 많은 경우 회원권이 공유된다.) England(잉글랜드), Wales(웨일즈), Northern Ireland(북아일랜드)의 250.000 hectares 가량의 지방과 700 miles의 해안, 300 여개 이상의 건물과 정원을 갖고 있어서 National Trust의 지도를 보면 전국적으로 많은 비율의 지역이 이 단체의 소유로서 영국에서 적어도 가볼 곳이 없다는 소리는 못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어서 하루에 한 곳 이상을 둘러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볼 것, 먹을 것, 살 것이 많다. 자연 경관과 문화재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에 부속된 café/restaurant과 gift shop만을 이용해도 좋을 정도로 이들 시설들은 장기적인 계획하에 조화롭게 지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에 선조들이 배우고 즐길 것을 많이 남긴 덕도 있겠지만 오늘날 후손들이 그것을 훼손시키지 않고 잘 가꾼 덕도 있는 것 같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산들을 기꺼이 기부하여 공공이 누릴 수 있게 한 소유자들과 자원봉사와 금전기부를 통해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인들의 면모로 매우 부럽고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외에 이들 단체에 회원이 되는 것 자체가 가장 쉬우면서도 일반적인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 National Trust의 경우 회원권의 종류가 다양하게 있는데 성인개인 연회원의 경우 £33-43파운드 사이(결제방법에 따른 차이로서 Direct Debit Card(현금카드)로 결제할 경우 저렴하다), 5세 이하의 아이들은 무료입장이고 25세 이하의 경우 £15-20이며, 가족회원의 경우 가족수에 따라 £45-75 선으로 대체로 3-4군데 이상을 방문하면 연회원을 가입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유리한 가격이다. 물론 £1,000-1,500의 개인 및 가족 평생회원을 가입할 수도 있다. National Trust에 의하면 이러한 회원수가 대략 350만 명이라고 하고, 매해 1,200만 명 이상의 유료입장객이 National Trust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회원권은 National Trust의 가장 큰 수입원으로서 2003/4년의 경우 £8,7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자원봉사의 종류도 다양하고 참여의 비율도 상당하다. 주로 노인층의 자원봉사가 많지만 학생들과 젊은층의 참여기회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part-time(시간제) 또는 full-time(전업제)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지역에 기반한 참여를 할 수도 있으며, 자원봉사를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자원봉사가 아닌 고용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데 그 규모는 유럽최대 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방문한 National Trust를 보더라도 특히 자원봉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방문지마다 그 숫자가 충분히 많았고, 이들은 방문자들을 매우 능숙하게 안내하고 통제하였으며, 자부심을 갖고 정보를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친절한 것은 영국인들의 미덕이라 치더라도 어리숙하다든지 쭈뼛쭈뼛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시급하게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 할 때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일의 내용이 고되지 않으면서 상당히 지적이고 몸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면에서 좋은 해법인 듯 싶었다.

물론 National Trust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National Trust의 관광지들은 워낙 자연이 좋거나 과거에 영광을 누리던 지방의 대저택들이 대부분이어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가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겸 가게 되는데 만약에 차가 없는 경우 이용하는데 다소 번거롭다. 그리고 조용히 자연을 즐기거나 과거 역사를 음미하고 문화재를 감상하는 여가선용의 단계는 다이나믹한 즐거움과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는 덜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런데 어느덧 영국에 와서 National Trust에서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 매우 특별하고 즐겁고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가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하지만 아이들도 자꾸 데려가니까 탁 트인 자연에서 뛰어 놀 수 있어서인지 익숙해지고 즐기게 된 것 같다.

National Trust의 방문계획은 일단 홈페이지(http://www.nationaltrust.org.uk/)에서 지역별, 시설별, 행사별로 정할 수 있고, 사진과 설명을 보면서 자신의 취향대로 쉽게 고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주로 런던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최대 3-4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에 가보기 시작하였다. 정원이 규모도 컸지만 있을 것은 다 조화롭게 있었던 Wiltshire(윌트셔) 주의 “Stourhead(스타우어헤드)”, 런던에서 가까운 Buckinghamshire(버킹엄셔)의 “Cliveden(클리브덴)”과 “Waddesdon(와데스돈)”이 생각난다.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화려한 저택의 외관과 그 내부의 인테리어, 가구, 소품 모두를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Wiltshire 가는 길에 느닷없이 초원에 펼쳐진 Stonehenge(스톤헨지)의 웅장한 자태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생각나고, 지나가다 들른 Old English Inn(올드 잉글리시 인) 중 하나인 Somerset(썸서셋)의 "The Manor(더 마노)"라고 하는 호텔 pub(펍)에서의 전통 잉글리시 가정식 저녁식사, Buckinghamshire에서 Oxford(옥스포드)로, 또 아웃렛으로 유명한 Bicester(비스터)를 덤으로 들른 것도 기억난다. 하나의 가구양식을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Chippendale (치펜데일) 부자가 제작한 가구도 원없이 봤고, 와인저장고가 유명한 Waddesdon에서의 와인시식도 생각난다.

 


우리 가족은 한 두번 National Trust를 갔다 온 후에 당연히 가족 연회원에 가입하였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여러가지로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름이면 National Trust의 정원은 물론 여러 공원에서의 피크닉에 유용한 내 마음에 쏙 드는 National Trust의 색깔인 짙은 녹색의 돗자리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National Trust는 겨울에는 해가 일찍 지는 영국의 날씨 때문인지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고 설령 문을 열더라도 일찍 문을 닫는다. 개장기간은 이르면 10월 말에 끝나고 늦으면 크리스마스까지 열고 1, 2월에는 휴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름에는 그야말로 해도 길고 날씨도 좋아서 이런 곳을 방문하여 즐기는 것이 참 좋다.







그 때에 이 돗자리를 사용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런 것들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기대되는 행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으뜸이 크리스마스 행사이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그 어떤 곳보다 National Trust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들이 기다려진다. 크리스마스 디너와 파티, 크리스마스 트리 판매, 와인시음,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야간 개장, 어린이들을 위한 산타클로스 만나기, 동화 스토리 텔링 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 외 각종 축제와 발레공연, 콘서트가 있기도 하다. 그런 시간들을 잘 이용하여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자연 속에서 과거의 문화를 맛보면서 보내는 것이 영국에서 영국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II편에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MSN
RSS
이 글이 마음에
드시면 손가락
버튼을 꾹 눌러
추천해주세요!
위 내용이 마음에 드셨다면 댓글을 남겨 주세요
Name Password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