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 Kim
영국에서 여가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National Trust(내셔널 트러스트)나 English Heritage(잉글리시 헤리티지)의 관광지에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이 두 단체는 비슷한 성격의 단체이지만 National Trust는 1895년 빅토리안 시대의 자선가들인 Miss Octavia Hill (미스 옥타비아 힐), Sir Robert Hunter(써 로버트 헌터), Canon Hardwicke Rawnsley (캐논 하드위크 란슬리)에 의해 자발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서 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는 곳, 보존가치가 있는 저택과 건물, 그리고 정원을 소유하여 관리하는 재단이며, English Heritage는 1983년 National Heritage Act에 기반하여 영국정부(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 DCMS)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로서 주로 고고학적,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연과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문화재 보존과 관리,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는 면에서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데, 공동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고 서로 멤버쉽을 공유하는 것을 보면 이런 면을 잘 알 수 있다.
그 외에 이들 단체에 회원이 되는 것 자체가 가장 쉬우면서도 일반적인 기부행위가 될 수 있다. National Trust의 경우 회원권의 종류가 다양하게 있는데 성인개인 연회원의 경우 £33-43파운드 사이(결제방법에 따른 차이로서 Direct Debit Card(현금카드)로 결제할 경우 저렴하다), 5세 이하의 아이들은 무료입장이고 25세 이하의 경우 £15-20이며, 가족회원의 경우 가족수에 따라 £45-75 선으로 대체로 3-4군데 이상을 방문하면 연회원을 가입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유리한 가격이다. 물론 £1,000-1,500의 개인 및 가족 평생회원을 가입할 수도 있다. National Trust에 의하면 이러한 회원수가 대략 350만 명이라고 하고, 매해 1,200만 명 이상의 유료입장객이 National Trust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회원권은 National Trust의 가장 큰 수입원으로서 2003/4년의 경우 £8,700만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자원봉사의 종류도 다양하고 참여의 비율도 상당하다. 주로 노인층의 자원봉사가 많지만 학생들과 젊은층의 참여기회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part-time(시간제) 또는 full-time(전업제)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지역에 기반한 참여를 할 수도 있으며, 자원봉사를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자원봉사가 아닌 고용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데 그 규모는 유럽최대 라고 한다.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방문한 National Trust를 보더라도 특히 자원봉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방문지마다 그 숫자가 충분히 많았고, 이들은 방문자들을 매우 능숙하게 안내하고 통제하였으며, 자부심을 갖고 정보를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친절한 것은 영국인들의 미덕이라 치더라도 어리숙하다든지 쭈뼛쭈뼛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시급하게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라 할 때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일의 내용이 고되지 않으면서 상당히 지적이고 몸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면에서 좋은 해법인 듯 싶었다.
물론 National Trust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National Trust의 관광지들은 워낙 자연이 좋거나 과거에 영광을 누리던 지방의 대저택들이 대부분이어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가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 겸 가게 되는데 만약에 차가 없는 경우 이용하는데 다소 번거롭다. 그리고 조용히 자연을 즐기거나 과거 역사를 음미하고 문화재를 감상하는 여가선용의 단계는 다이나믹한 즐거움과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는 덜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런데 어느덧 영국에 와서 National Trust에서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 매우 특별하고 즐겁고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가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하지만 아이들도 자꾸 데려가니까 탁 트인 자연에서 뛰어 놀 수 있어서인지 익숙해지고 즐기게 된 것 같다.
National Trust의 방문계획은 일단 홈페이지(http://www.nationaltrust.org.uk/)에서 지역별, 시설별, 행사별로 정할 수 있고, 사진과 설명을 보면서 자신의 취향대로 쉽게 고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주로 런던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최대 3-4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에 가보기 시작하였다. 정원이 규모도 컸지만 있을 것은 다 조화롭게 있었던 Wiltshire(윌트셔) 주의 “Stourhead(스타우어헤드)”, 런던에서 가까운 Buckinghamshire(버킹엄셔)의 “Cliveden(클리브덴)”과 “Waddesdon(와데스돈)”이 생각난다.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화려한 저택의 외관과 그 내부의 인테리어, 가구, 소품 모두를 매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Wiltshire 가는 길에 느닷없이 초원에 펼쳐진 Stonehenge(스톤헨지)의 웅장한 자태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생각나고, 지나가다 들른 Old English Inn(올드 잉글리시 인) 중 하나인 Somerset(썸서셋)의 "The Manor(더 마노)"라고 하는 호텔 pub(펍)에서의 전통 잉글리시 가정식 저녁식사, Buckinghamshire에서 Oxford(옥스포드)로, 또 아웃렛으로 유명한 Bicester(비스터)를 덤으로 들른 것도 기억난다. 하나의 가구양식을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Chippendale (치펜데일) 부자가 제작한 가구도 원없이 봤고, 와인저장고가 유명한 Waddesdon에서의 와인시식도 생각난다.
(II편에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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