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의 축구칼럼] 주식회사 프리미어리그 구단
1. 축구를 사회제도로 인식하기
2009년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인기도, 경제규모, 방송횟수, 세계적 인지도 등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위에서 예로든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 프리미어 리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점을 벤치마킹해야 하는가.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 전에, 질문 하나에 먼저 답을 하고 나아가기로 하자. 위의 기준 중 ‘인기도’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남미리그를 첫손에 꼽는 독자가 없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의 남미 리그는 한국 축구가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축구 산업화는 투입량 대비 산출량을 늘려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복지 증대를 도모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남미 리그는 투입요소에 비해 산출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즉 유럽 리그에 비해 생산성이 지극히 낮다는 뜻이다.
브라질 명문 산토스 구단의 경우, 하루에 테스트를 받으러 오는 유소년 선수의 수만 해도 십여 명을 웃돈다. 그리고 이들 전부가 지방의 소규모 클럽에서 나름대로 서너 번의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인재들이다. 단 하나의 포지션을 두고, 백여 명의 선수들이 한 구단 안에서 무한경쟁을 펼치는 냉혹한 세계,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거의 무진장의 인적 자원을 ‘축구’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엄청난 자원 낭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팀 내부에서 펼쳐지는 무한대의 생존경쟁, 여기에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비밀이 숨어 있다. 하층민 소년들에겐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길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은 신분상승의 수단이기에, 국외자가 보기에는 일견 가망이 없어 보이는 일에 모험을 거는 것이다.
남미 각국이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지닌 대표팀을 보유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남미 모델과 유럽 모델의 또 다른 기준은 ‘축구’가 가지는 사회적 위상이다. 남미에서는 축구가 모든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경우도 있다. 동원 가능한 자원의 최우선 배분이 축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뜻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나 사회적 자원의 균형배분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축구만 잘되면 나머지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한국 축구가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모델일 수 없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붕괴하고, 국민소득이 반토막 나고, 정정불안에 국론이 갈라져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수시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프로축구가 살아나고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참아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이에 비해 서유럽 리그는 축구를 사회제도의 하나로 인식하고, 사회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축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공감대 위에서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축구가 사회의 일부분으로서,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허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체 구성원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유럽 축구다. 다음은 서유럽 축구 리그의 산업구조를 정리한 것이다.
1888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각 구단의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1997/1998년 잉글랜드 구단의 순수익은 7억 파운드(1조 3,000억 원)를 약간 넘고, 미디어, 경기장 건설 등 축구 관련 고용인원을 빼고 구단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만 1만 명이 넘는다. 광고 효과를 빼고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타임 워너(Time Warner), 소니(Sony), 까날 플러스(Canal Plus)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멀티미디어 그룹들이 다투어 팀을 인수하며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1998년 9월 비스카이비(BSkyB)가 제시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매입 희망금액은 6억 2,34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1조 5,000억 원)이며, 영국 정부가 환산한 1998년 기준 잉글랜드 리그의 축구산업 규모는 1,500억 파운드(약 240조 원)였다. 2006년에는 그 규모가 2,500억 파운드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성공의 원동력은 두 가지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주식회사제도의 적극적인 도입, 외부적으로는 TV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와의 전략적 제휴다.
2. 유럽 축구산업의 성공 동력 엿보기
주식회사 축구단
주식회사라는 기구의 작동원리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는 것이다. 즉,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 배치하는 기업은 앞서 나가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프로 구단도 경영을 잘못하면 얼마든지 파산할 수 있어야 한다. 도태라는 과정을 거쳐 한계기업에 쓰이던 자원이나 인력이 재배치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 총량을 늘린다. 영국의 경우, 주식회사 형태의 구단은 이미 1970년대에 출현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몇몇 선도 구단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증시에 상장을 시도하면서 '프로 구단'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스포츠 구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1990년대 이후로는 일반 기업의 성격으로 진화해나갔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1970~1980년대에는 주식회사로 전환한 구단이라 하더라도, 주주의 대다수가 구단 관계자나 팬에 국한되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관람 티켓 가격의 할인과 같이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직접적 혜택을 늘리는 것이었을 뿐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은 관심 밖이었다. 이와 같은 친목단체적 주주제는 기업 공개 이후 완전히 그 모습을 바꾸었다. 축구계 바깥에서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구단 경영의 최우선 과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전환되었다. 말하자면, 축구산업이 ‘폐쇄적 서비스 산업’이라는 영업지대를 벗어나, 축구계 바깥의 거대한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전체 시민을 투자자와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너른 시장으로 진입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거의 모든 구단이 주식회사로 전환한 시점은 1996년인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축구산업에 투자 유입규모가 급상승하고 자본 조달 통로가 국제화하였으며 그에 비례하여 구단과 주주의 이익도 급증하였다. 팬들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을 '성공적 구단운영'이라고 평가하지만, 주주들은 일정한 성적과 더불어 재정적 이익을 내는 편을 더 중시한다. 주주-투자자들은 광고, 브랜드 가치 유지, 스폰서 유치, 각종 이벤트 및 상품판매를 통해 구단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요구한다. 이익을 낸다는 것은 파산을 막고 더 많은 투자자금이 축구판으로 유입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주식회사로 기업의 형태를 전환한 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이외에도,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융자를 받을 길이 열렸다는 점도 중요하다. 주식회사화(化)를 달성한 구단의 경우, 구단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과 그들의 관심사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각각의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영역에서 각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선수를 육성하고 구입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데는 장기적·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투자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좋은 성적은 인기 획득과 유지의 핵심이며 상품판매의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단, 각 구단에 주어진 여건이 서로 다르므로 각 구단의 경영진은 여러 가지 사정과 환경을 고려하여 성적과 재정의 균형점을 찾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럽의 경우 각 프로 구단의 운영경비는, 1부 리그 팀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상위 구단과 최하위 구단 간의 격차가 2 대 1에 불과했다. 1970년대에 5 대 1로 늘어난 차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10 대 1로 벌어졌다. 1997년 현재 프리미어리그 소속 22개 구단 가운데 시티은행과 증권분석가들이 평가한 상위 5개 구단과 하위 5개 구단의 기업가치는 아래 표와 같다.
2009년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인기도, 경제규모, 방송횟수, 세계적 인지도 등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위에서 예로든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 프리미어 리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나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점을 벤치마킹해야 하는가.
Figures of football players on banknotes ⓒ Stockxpert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 전에, 질문 하나에 먼저 답을 하고 나아가기로 하자. 위의 기준 중 ‘인기도’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남미리그를 첫손에 꼽는 독자가 없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의 남미 리그는 한국 축구가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축구 산업화는 투입량 대비 산출량을 늘려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복지 증대를 도모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남미 리그는 투입요소에 비해 산출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즉 유럽 리그에 비해 생산성이 지극히 낮다는 뜻이다.
브라질 명문 산토스 구단의 경우, 하루에 테스트를 받으러 오는 유소년 선수의 수만 해도 십여 명을 웃돈다. 그리고 이들 전부가 지방의 소규모 클럽에서 나름대로 서너 번의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인재들이다. 단 하나의 포지션을 두고, 백여 명의 선수들이 한 구단 안에서 무한경쟁을 펼치는 냉혹한 세계,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거의 무진장의 인적 자원을 ‘축구’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엄청난 자원 낭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팀 내부에서 펼쳐지는 무한대의 생존경쟁, 여기에 세계 최강 브라질 축구의 비밀이 숨어 있다. 하층민 소년들에겐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길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은 신분상승의 수단이기에, 국외자가 보기에는 일견 가망이 없어 보이는 일에 모험을 거는 것이다.
남미 각국이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지닌 대표팀을 보유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남미 모델과 유럽 모델의 또 다른 기준은 ‘축구’가 가지는 사회적 위상이다. 남미에서는 축구가 모든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경우도 있다. 동원 가능한 자원의 최우선 배분이 축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뜻이다. 투자 대비 효율이나 사회적 자원의 균형배분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축구만 잘되면 나머지 다른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한국 축구가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모델일 수 없지 않은가? 한국 경제가 붕괴하고, 국민소득이 반토막 나고, 정정불안에 국론이 갈라져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수시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프로축구가 살아나고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참아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이에 비해 서유럽 리그는 축구를 사회제도의 하나로 인식하고, 사회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축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공감대 위에서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축구가 사회의 일부분으로서,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허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체 구성원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유럽 축구다. 다음은 서유럽 축구 리그의 산업구조를 정리한 것이다.
- 생산품 : 경기
- 전문인력 : 선수, 감독, 코치
- 생산시설 : 연습장
- 매장 : 스타디움
- 장비 : 공, 경기복, 축구화 등등
- 관객 : 관중 + 미디어 관중
1888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영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각 구단의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1997/1998년 잉글랜드 구단의 순수익은 7억 파운드(1조 3,000억 원)를 약간 넘고, 미디어, 경기장 건설 등 축구 관련 고용인원을 빼고 구단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만 1만 명이 넘는다. 광고 효과를 빼고도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타임 워너(Time Warner), 소니(Sony), 까날 플러스(Canal Plus)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멀티미디어 그룹들이 다투어 팀을 인수하며 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1998년 9월 비스카이비(BSkyB)가 제시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매입 희망금액은 6억 2,34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1조 5,000억 원)이며, 영국 정부가 환산한 1998년 기준 잉글랜드 리그의 축구산업 규모는 1,500억 파운드(약 240조 원)였다. 2006년에는 그 규모가 2,500억 파운드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성공의 원동력은 두 가지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주식회사제도의 적극적인 도입, 외부적으로는 TV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와의 전략적 제휴다.
2. 유럽 축구산업의 성공 동력 엿보기
주식회사 축구단
주식회사라는 기구의 작동원리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는 것이다. 즉,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 배치하는 기업은 앞서 나가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프로 구단도 경영을 잘못하면 얼마든지 파산할 수 있어야 한다. 도태라는 과정을 거쳐 한계기업에 쓰이던 자원이나 인력이 재배치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 총량을 늘린다. 영국의 경우, 주식회사 형태의 구단은 이미 1970년대에 출현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몇몇 선도 구단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증시에 상장을 시도하면서 '프로 구단'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스포츠 구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1990년대 이후로는 일반 기업의 성격으로 진화해나갔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1970~1980년대에는 주식회사로 전환한 구단이라 하더라도, 주주의 대다수가 구단 관계자나 팬에 국한되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관람 티켓 가격의 할인과 같이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직접적 혜택을 늘리는 것이었을 뿐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은 관심 밖이었다. 이와 같은 친목단체적 주주제는 기업 공개 이후 완전히 그 모습을 바꾸었다. 축구계 바깥에서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구단 경영의 최우선 과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전환되었다. 말하자면, 축구산업이 ‘폐쇄적 서비스 산업’이라는 영업지대를 벗어나, 축구계 바깥의 거대한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전체 시민을 투자자와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너른 시장으로 진입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거의 모든 구단이 주식회사로 전환한 시점은 1996년인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축구산업에 투자 유입규모가 급상승하고 자본 조달 통로가 국제화하였으며 그에 비례하여 구단과 주주의 이익도 급증하였다. 팬들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을 '성공적 구단운영'이라고 평가하지만, 주주들은 일정한 성적과 더불어 재정적 이익을 내는 편을 더 중시한다. 주주-투자자들은 광고, 브랜드 가치 유지, 스폰서 유치, 각종 이벤트 및 상품판매를 통해 구단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요구한다. 이익을 낸다는 것은 파산을 막고 더 많은 투자자금이 축구판으로 유입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주식회사로 기업의 형태를 전환한 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이외에도, 금융권으로부터 대규모 융자를 받을 길이 열렸다는 점도 중요하다. 주식회사화(化)를 달성한 구단의 경우, 구단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과 그들의 관심사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금융권 : 경영 조언은 가능하나 소유권은 없다.
- 고용인 : 경영권은 없으며, 단 경영 상태를 알 권리만 있다.
- 고객(팬) : 상품의 품질(경기의 품질 : 재미)을 평가한다.
- 주주 : 소유권은 있으나 경영권은 없다.
- 경영진 : 소유권은 없으나 경영권을 행사하며, 주주에게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각각의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영역에서 각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선수를 육성하고 구입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데는 장기적·지속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투자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좋은 성적은 인기 획득과 유지의 핵심이며 상품판매의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단, 각 구단에 주어진 여건이 서로 다르므로 각 구단의 경영진은 여러 가지 사정과 환경을 고려하여 성적과 재정의 균형점을 찾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럽의 경우 각 프로 구단의 운영경비는, 1부 리그 팀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상위 구단과 최하위 구단 간의 격차가 2 대 1에 불과했다. 1970년대에 5 대 1로 늘어난 차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10 대 1로 벌어졌다. 1997년 현재 프리미어리그 소속 22개 구단 가운데 시티은행과 증권분석가들이 평가한 상위 5개 구단과 하위 5개 구단의 기업가치는 아래 표와 같다.
프리미어리그 소속 22개 구단의 기업가치(1997년 기준)
| 순위 | 구단 | 비고 | 자산 가치 |
| 1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1991년 상장 | 429 |
| 2 | 아스날 | 1983년 소유주 교체 | 200 |
| 3 | 뉴캐슬 유나이티드 | 1997년 상장 | 181 |
| 4 | 리버풀 | 데이비드 데인 개인 소유 | 180 |
| 5 | 첼시 | 1996 첼시 빌리지(주)를 통해 상장 | 177 |
| 18 | 미들즈브러 | 68% 깁슨 오일, 32% ICI | 25 |
| 19 | 블랙번 로버스 | 잭 워커 개인 소유 | 25 |
| 20 | 레스터 시티 | 상장 준비 중 | 25 |
| 21 | 사우스햄튼 | 상장 준비 중 | 25 |
| 22 | 코벤트리 시티 | 1995년 800만 파운드 투자유치 | 20 |
(단위: 백만 파운드)
자료: Conn, David(1997), The Football Business-Fair Game in the 90s,Edinburgh : Mainstream Publishing, pp. 169~170.
한국 축구산업이 과도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들면 모든 구단은 필연적으로 주식회사로 기업형태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류구단의 경우, 연간 예산규모가 사단법인이나 홍보부서가 감당하고 집행할 수 없는 선까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증시를 통해 합법적인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프로 구단에 대한 평가는 일반기업보다 엄정할 수밖에 없는데, 프로축구단은 말하자면 시즌 중에 거의 매주 주주총회를 여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1995 시즌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주가는 팀의 성적과 정비례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1994년 10월 24일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에게 0 대 4로 패한 후 2주 만에 6%가 빠졌던 주가는, 11월 2일 터키의 갈라타사라이에게 1 대 3으로 지고 난 후 6주 동안을 10% 이상 하락했다. 주가가 회복된 것은 뉴캐슬의 스트라이커 앤디 콜을 당시의 영국 내 신기록인 7백만 파운드에 구입한 95년 1월 중순 이후다. FA컵 결승진출(4월 10일), 캔토나와의 재계약 발표(4월 24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리그 선두 타이틀 경쟁(5월 8일)이 이어지며 30% 이상 폭등했던 주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소폭 하락, 시즌 시작 기준(1994년 8월) 주가에서 17%가 상승한 선에서 3개월 이상 보합세를 유지했다(Szymanski & Kuypers, 1999 : 74).
어찌 되었든 간에 모든 경기의 결과는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 1996/1997 시즌 중에 밀월 클럽(Millwall F. C.)은 부진한 성적으로 경영자가 문책을 받았고, 직원 20명이 해고되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Sheffield United)가 플레이오프가 걸려 있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자, 클럽의 주가가 31%나 폭락했다(줄리아노티, 2004 : 196).
‘모든 경기의 결과가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은 ‘경기’라는 활동을 통해 구단이 보유한 능력이 1주 단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번 엄정한 평가-숫자(스코어와 승부)로 딱 떨어지는-를 받는 기업의 존재는 전체 한국 경제의 투명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의 경우와 같이 대부분의 구단이 영업이익의 창출이 아니라 ‘모기업의 홍보’에 구단 운영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 즉 자원의 효율적 배치나 투자 대비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좋은 성적을 내는 방향으로 구단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방송 및 미디어와의 연계, 그 밖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개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축구판 전체의 산업화를 달성하는 작업은 실로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익을 신경 쓰지 않으니 운영비가 다소 방만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높고,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한 소모적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각 구단이 대차대조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으나, K리그 운영비 가운데 선수 및 스태프의 인건비에 소요되는 경비는 전체 예산의 85% 이상이라고 추정한다(실업축구연맹, 2006 : 4).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70%를 넘으면, 프로 구단의 흑자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1990년대 전체 예산 대비 선수 인건비는 45%, 챌린지리그는 63%, 하위 리그는 66%였다.
미디어와의 전략적 제휴
1994/1995 시즌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주가는 팀의 성적과 정비례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1994년 10월 24일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에게 0 대 4로 패한 후 2주 만에 6%가 빠졌던 주가는, 11월 2일 터키의 갈라타사라이에게 1 대 3으로 지고 난 후 6주 동안을 10% 이상 하락했다. 주가가 회복된 것은 뉴캐슬의 스트라이커 앤디 콜을 당시의 영국 내 신기록인 7백만 파운드에 구입한 95년 1월 중순 이후다. FA컵 결승진출(4월 10일), 캔토나와의 재계약 발표(4월 24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리그 선두 타이틀 경쟁(5월 8일)이 이어지며 30% 이상 폭등했던 주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소폭 하락, 시즌 시작 기준(1994년 8월) 주가에서 17%가 상승한 선에서 3개월 이상 보합세를 유지했다(Szymanski & Kuypers, 1999 : 74).
어찌 되었든 간에 모든 경기의 결과는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 1996/1997 시즌 중에 밀월 클럽(Millwall F. C.)은 부진한 성적으로 경영자가 문책을 받았고, 직원 20명이 해고되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Sheffield United)가 플레이오프가 걸려 있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자, 클럽의 주가가 31%나 폭락했다(줄리아노티, 2004 : 196).
‘모든 경기의 결과가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은 ‘경기’라는 활동을 통해 구단이 보유한 능력이 1주 단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번 엄정한 평가-숫자(스코어와 승부)로 딱 떨어지는-를 받는 기업의 존재는 전체 한국 경제의 투명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K리그의 경우와 같이 대부분의 구단이 영업이익의 창출이 아니라 ‘모기업의 홍보’에 구단 운영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면, 즉 자원의 효율적 배치나 투자 대비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좋은 성적을 내는 방향으로 구단의 역량을 집중한다면, 방송 및 미디어와의 연계, 그 밖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개별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축구판 전체의 산업화를 달성하는 작업은 실로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익을 신경 쓰지 않으니 운영비가 다소 방만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높고,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한 소모적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각 구단이 대차대조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으나, K리그 운영비 가운데 선수 및 스태프의 인건비에 소요되는 경비는 전체 예산의 85% 이상이라고 추정한다(실업축구연맹, 2006 : 4).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70%를 넘으면, 프로 구단의 흑자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1990년대 전체 예산 대비 선수 인건비는 45%, 챌린지리그는 63%, 하위 리그는 66%였다.
미디어와의 전략적 제휴
Television camera in a stadium ⓒ Stockxpert
미디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축구는 고정팬을 확보한 상품이다. 시청자들에게 스포츠 경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포츠 인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하는 선기능 외에, 막대한 광고료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방송은] 중계방송을 통하여 스포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스포츠의 대중화에 기여한다. 또 방송은 스포츠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즉 기업은 방송이 스포츠 중계를 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연결되는 효과를 노려 스포츠에 투자를 하게 된다.... 방송은 스포츠에게 돈벌이를 시켜줌으로써 스포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홍석표/조희준, 2003: 35) 그렇다. 축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디어는 축구라는 상품을 대중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며,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게다가, ‘경기 중계’ 이외에 선수의 사생활, 흘러간 명승부, 옛 스타들의 현재모습 등 ‘축구’라는 문화상품의 판매방식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럽 프로리그는 산업화 성장기에 방송국과 공중파 프로그램의 정규편성과 독점방영권 판매를 맞바꾸는(trade-off) 거래를 성사시켰다. 공중파를 통한 지속적 노출은 시청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외에 축구라는 상품에 대한 공신력을 높였다. 공중파가 황금시간대에 정규편성할 정도의 가치를 지닌 훌륭한 문화 콘텐츠의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케이블 텔레비전과 위성방송의 도입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자, 비 공중파 방송국들은 공중파와 경쟁하지 않는 영역에서 축구라는 콘텐츠를 통한 블루오션 확보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특정 구단의 경기를 연습경기까지 모두 중계하는 채널(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방송), 볼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경기 내내 특정 선수의 움직임만을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도입 등이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은 축구 프로그램을 전지구적으로 판매하며 유럽구단들이 기념품 판매, 방영권 판매 등의 수익원을 세계로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문제는, K리그 경기가 방송사들의 구매경쟁을 유발할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중파는 스포츠 프로그램보다는 기대이익이 상대적으로 높은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더 선호한다. 2009년 현재 한국 축구상품 가운데 미디어 프로그램으로서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상품은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A매치뿐이다. 월드컵 예선이나 본선이 아닌 친선경기라도, 한국 대표팀 경기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인기상품이 되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K리그와 비교하면, 이 둘이 진정 같은 상품(축구)을 판매하는 행위인지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대부분의 분석은 대표팀의 경기를 소비하는 고객들은 축구보다는 애국심, 민족주의 등을 소비하는 고객이며 따라서 그와 같은 유발요인이 없는 K리그와는 시장이 다르다고 보고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경기와 K리그를 인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팬들의 선의와 호의에 기대기 전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시도해 보자. 현재 한국 방송사들이 경쟁을 통해 구매를 원하는 축구 상품은 대표팀 경기가 유일하다. 그러나, 공중파 3사는 카르텔을 이뤄 각 사가 돌아가며 중계를 맡는 순환중계를 원칙으로 하고, 높은 시청률이 보장되는 빅이벤트 혹은 명절을 전후하여 열리는 경기만 공동으로 중계한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는 방송권 판매 방식의 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K리그, N리그, 기타 아마추어 경기의 생중계, 주말편성, 녹화중계, 하이라이트, 정규프로그램의 편성비율 및 방송시간대 등등을 점수로 계량화하고, 각 방송사가 획득한 점수, 즉 공헌도에 비례하여 중계권을 차등배분하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증대를 위한 첫걸음은 각 방송사 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축구’의 상품성을 높이고, 통합마케팅-끼워팔기-를 통해 대표팀 경기 이외의 콘텐츠도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K리그와 대학축구, 그 밖의 아마추어 축구가 대표선수 배출의 수원지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대표팀 경기를 정점으로 이들을 연계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또 상업적으로 정당하다.
지금까지 유럽 축구가 성공적으로 산업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두 가지 동력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축구가 구체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제도와 대상을 알아보고 새로운 한국 축구 시장의 창출, 기존 시장의 보완과 확장을 통해 한국 축구가 독자적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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